(778)구정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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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7일은 구정이다.
남들은 달나라에 가서 월석까지 캐 가지고온 오늘날이니 우리라고 구정에 대해서 향수를 고집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구정의 거리는 때때옷을 입은 어린이와 젊은 여인들이 아직도 많다. 구정의 설날 방앗간은 떡 빼는 쌀그릇으로 줄을 이으며, 어느 용감한 귀성객은 귀성열차의 차창을 기어오른다. 웃어른께 세배를 가면 술상이 차려져 흐뭇한 덕담이 오가고, 줄줄이 조·부·손 3대가 선영 무덤 앞에 두 무릎을 꿇으면 무덤 속 얼이 반기기라도 하는 듯이 따스한 온정이 가슴을 메운다.
흐뭇한 설날의 접경이야 어찌 이것뿐이랴. 마을에서는 널을 뛰는 아가씨들이며 윷을 느는 더벅머리 총각에 몇 번을 세어봐도 신이 나는 꼬마 붙이들의 세뱃돈.
더군다나 떡국이며 꽃 주머니며 인사말들이 위 아랫집에 나누어지면 훈훈한 인심이 활짝 온 마을에 꽃 핀다.
이 꽃피는 정이 향수로 변해서 신정도 세상 따라 쉬어야하고 구정도 버릴 수 없는 기현상으로 변모가 된 것이다.
떡국 두 번 먹는 것은 좋지만 우리는 아직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 그리고 언제인가는 우리의 손으로도 월석을 캐와야 한다는 것 등등을 생각해서 과감히 손을 휘저어 버릴 수는 없을까.
『구정이여, 안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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