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과 종교의 역할-「크리스천·아카데미」주최「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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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리스천·아카데미」주최 『정신건강과 종교의 역할』이란 「세미나」가 19일∼20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이 모임은 현대인의 정신불건강을 분석하고 그 치유를 위해 종교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는 어려운 작업으로, 각분야의 20여 전문가들의 대화에서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려는 것이었다.
문상희 교수(연세대·신학)는 『종교가 국민정신생활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한국의 종교인구가 전 인구의 10분의 1을 맴돌고 있다는 통계를 믿는다면 그런 말을 정말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종교의 힘을 현상적으로 설명했다.
결국 『종교인구는 적으나 종교는 다양하고 지배적인 종교가 없다는 현상은 하나의 방향으로 전체국민을 몰고 갈 힘이 없는 것도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자아상실·상품화인간·신의 일식 등으로 설명되는 현대의 정신적 상황에서 종교가 맡아야할 기능은 역시 기대되는바 크다.
『평안을 주고, 신과 교섭하며, 가치정당성을 주는 등 종교의 역할은 종교자신이 분열·형식화·타락에 빠짐으로써 제대로의 기능을 다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김광일 박사(서울대의대·정신의학)는 『종교가 정신불건강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에 정신병학자와 공동작업을 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가 이런 기능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①종교가 편견과 아집에 빠져 더 큰 불안을 일으키지 말고 포괄적 자세를 가질 것이며 ②개인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 인간의 능력을 긍정하는 인간적 태도를 취하기를 그는 기대했다.
때문에 미국의「종교·정신의학재단」같은 협동연구기구나 훈련의 협조를 위한 제도화, 정신담당 기관에서의 종교인의 역할 등 종교인과 정신과의사사이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교적 입장에서 법정스님은 『석가가 45년간 줄곧 얘기한 것이 모두 이 정신불건강을 극복하는데 대한 것』이었음을 상기시켰다.
그에 의하면, 석가가 정신불건강으로 본 것은 탐욕·증오·무지 등으로 삼독번뇌·삼불선근이라고 한 것이다.
자주적인 도덕인 계를 지켜 탐욕을 극복하고, 철저한 자기응시로 증오를 극복하고, 계와 정을 통해 무지를 극복하여 예지 즉 무분별지를 획득한다는 것이다. 이 예지의 획득이 「각」이며 「오」요 「니르바나」라는 것이다.
그는 우선 본래적 자아에 눈떠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상의상관의 공존원리를 인생의 기본구조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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