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유진산 신민당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선거대책기구의 구성문제로 유진산 신민당대표위원의 주변은 퍽 붐비고 있다.
운영위원은 뽑아놨다고는 하지만 탈락한 사람들의 반발이 있고, 또 중요한 자리인 본부장을 두고 당간부들의 발걸음이 쉴새가 없기 때문이다.
『71년은 나의 운명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걸린 해입니다. 국민들이 전처럼 권력에 맥추지못하고 끌려다니는 자세를 되풀이 보인다면 우리는 끝내 고독할 겁니다.』

<민주역량 제시하는 해로>
그의 정치구상이나 의지가 모두 선거에 이어지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그 자신의 『운명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까지(어쩌면 비장스럽기조차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일기 시작한 새로운 아시아적 에너지에 끼어들려면 지금쯤은 우리도 민주역량을 보여줄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국제교류에서 고독해지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 자질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는 공명선거의 반어처럼 된 부정·타락이란 말은 입에 올리기 조차 싫단다.

<정치무관심 야당책임도>
『국민의 주권자 의식만 철저하면 돼요. 그러나 주권자들은 자의이건 타의이건간에 눈과 귀를 틀어막고 졸고 있거든. 이같은 무기력·무관심이 계속된다는건 극히 불행한 일이야. 물론 야당에도 책임이 있지. 그래서 올해에는 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일깨워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지.』
그러나 신민당의 현실은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만큼 평탄하지만은 않다.
30명의 운영위원 인선만해도 여의치않아 2명을 더 늘려 파벌안배를 해야할 형편이고 운영위 부의장도 3명으로 되어있는 것을 5명으로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아니라 본부장을 두고는 주류와 비주류가 두쪽으로 의견이 갈려있다.

<파벌을 당력으로 승화>
그래서 그는 『결투의욕이 없고 적당주의로 그날그날 재주만 부리고 넘어가려는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후퇴시키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파벌.파벌하지만 파벌없는 민주정당이 어디 있습니까?』 이번에는 파벌이 당력으로 승화할테니 두고 보란다.
20년 야당사의 흔적이 괴어있다는 그의 특유한 얼굴 주름살이 파벌이라는 얘기에서 더 깊은 음핵을 보이더니 승화라는 말을 쓸때는 66세의 나이에 맞지않게 패기마저 담아보였다.
40대란 말을 염두에 둔탓인지는 몰라도 자꾸만 『노쇠한 머리를 깨치고 몸의 젊음을 간직하기위해』란 서사를 써가면서 올해에는 해외여행도 한두 번은 해야겠고 누가 뭐라든 골프(핸디20) 좀 열심히 치겠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절을 찾아 꼭 주말여행을 실천하겠다면서 『가정인으로서도 모처럼 합격점을 받아볼 작정』이라고 사생활의 설계도 짰다. <박석종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