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추신수를 키운 두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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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추신수(31·신시내티)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추신수는 24일(한국시간)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6타수 3안타를 터뜨렸다. 신시내티는 3-2로 승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아울러 추신수는 도루 2개를 추가해 21홈런-20도루-109볼넷-105득점을 기록했다. 득점과 볼넷 부문 리그 2위에 오른 추신수는 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을 넘긴 최초의 내셔널리그 1번 타자가 됐다. 아메리칸리그 1번 타자들을 포함해도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113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12번째 기록이다. ‘만능 선수’ 추신수의 성공시대가 활짝 열렸다.

메이저리그 113년 역사상 12번째 기록

신시내티 추신수(오른쪽)가 24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 데릭 로빈슨과 얼싸안고 있다. [신시내티 AP=뉴시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섯 살 추신수를 아버지는 계속 다그쳤다. 어린 아들의 팔 힘을 키우겠다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정해준 개수를 채우지 못하면 잠을 재우지 않았다. 추소민(62)씨는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강하고 엄하게 키웠다. 젊은 시절 복싱과 육상을 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강한 체력과 더 강한 정신력을 물려줬다.

 부산중-부산고를 거치는 동안 추신수는 또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야구를 잘했다. 부산고 진학 후 아버지만큼 무서운 스승 고(故) 조성옥 감독을 만났다. 추신수는 조 감독의 지옥훈련을 군소리 없이 견뎌냈다. 그래도 조 감독은 추신수를 혼냈다. “너 혼자 잘해서는 안 된다. 리더로서 친구들도 이 훈련을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 추신수는 분한 마음에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두 호랑이 아래서 추신수는 더 강한 호랑이가 됐다. 어려서부터 인내와 책임감, 리더십이 뼛속까지 자리 잡았다.

  고교 시절 최고의 투수였던 추신수는 2000년 8월 타자로 시애틀에 입단했다. 시애틀은 추신수가 현대 야구에서 희귀해진 5툴(타격의 정확성·파워·수비·송구·주루 능력)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믿었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몇몇 투수코치는 “추, 힘들면 투수를 한다고 해. 아직도 시속 150㎞ 가까운 공을 던지는데 왜 타자를 하지?”라고 꾀었다. 흔들리기도 했지만 추신수는 방망이에 인생을 걸었다. 추신수는 2002년 마이너리거 시절 자신(1m81㎝)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백인 선수를 혼쭐낸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백인들이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자 우두머리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거구의 백인은 괴성을 내질렀고, 이후 아무도 추신수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의 완력은 대단했지만 홈런왕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성공할 방법은 만능선수가 되는 길뿐이었다. 추신수는 매일 가장 먼저 야구장에 나와 탱크 같은 상체를 만들었다. 2006년 메이저리그로 승격했지만 추신수는 시애틀에서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에게 가렸다. 이듬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해 기회를 잡은 뒤로는 한 번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6년간 1000억원 내년 FA 대박 가능성

잘나가던 추신수는 2011년 사구를 맞고 왼손이 골절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다. 추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가 된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추신수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골절상 이후 몸쪽 공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었지만 리그 최다 사구(25개)를 맞아가며 지독하게 치고 달렸다. 2013년 추신수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됐다. 올해 연봉 737만5000달러(약 80억원)였던 그는 내년에 6년간 총액 9000만 달러(약 966억원)의 FA계약도 가능하다는 현지 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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