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싸서 선택한 한국 애니, 이젠 최고라 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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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의 브라이언 밀러 대표가 인기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 캐릭터 앞에서 환히 웃고 있다.

수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장치를 갖게 된 열 살 소년의 모험을 그린 TV 애니메이션 ‘벤 10’. 미국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가 제작해 에미상을 3회 수상하고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진 히트작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 작품이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방영 중인 ‘벤 10 옴니버스’의 경우,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보드 구성 등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과 배경음악 녹음 등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을 제외한 실제 제작 과정을 한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전담한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양국의 협업을 이끌고 있는 이가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의 브라이언 밀러(52) 대표다.

 내년 방영될 작품의 제작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밀러 대표를 23일 만났다. 그는 “20년 전부터 한국 업체들과 작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한국을 택했다면, 이제는 높은 퀄리티 때문에 한국을 선호한다”고 했다. 현재 ‘벤 10’ 시리즈를 비롯해 ‘어드벤처 타임’ ‘레귤러 쇼’ 등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에서 제작 중인 5편의 작품에 러프드래프트 코리아·새롬애니메이션·선민이미지픽쳐스·주식회사 무아 등 4개의 한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은 이미 아시아 최고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캐릭터를 활용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은 탁월하죠. 한국 스튜디오와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공동제작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있는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는 미국 최대 어린이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 산하 제작사로 2000년 문을 열었다. 미국의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교육용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기 위해 공간 배치부터 학습 프로그램 지원까지 다양한 노력을 쏟아붓는다”며 “특히 20대 초중반의 젊은 직원들을 프로듀서로 적극 발탁해 신선한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러 대표는 카툰 네트워크 스튜디오에 합류하기 전, 니켈로디언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스폰지 밥’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그는 “성공하는 애니메이션의 공통 특징은 개성있는 캐릭터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라고 강조하며 애니메이션 기획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여러 장르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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