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탤런트 배종옥·송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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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미혼모·이혼·고부 갈등-. 아침 드라마의 주 소재다.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난에도 끄떡없다. 고정 시청층인 주부들의 눈길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자세다.

대한민국 주부들의 수준을 그만큼 낮춰 본다는 얘기로도 풀이되고 갑갑한 일상의 일탈유혹에 대한 대리만족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긴 하다. 어쨌든 아침 드라마는 인기다. 지난주(17∼23일)시청률 톱 10에는 방송 3사의 아침드라마가 나란히 8·9·10위를 차지했다.(TNS미디어코리아 분석)

3월 3일 MBC와 SBS의 아침 드라마가 새롭게 시작된다. SBS는 '얼음꽃'에 이어 '당신 곁으로'(극본 이홍구, 연출 홍창욱, 오전 8시30분)를 방영한다. MBC '황금마차'의 후속은 소설가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한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극본 박지현, 연출 한철수.김우선, 오전 9시)다.

두 작품 모두 온갖 갈등이 혼재돼 있다. '당신 곁으로'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데서 시작된다. '그대…'는 남자에게 당하기만 하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혼전 임신.양육권 다툼 등 눈길을 끌 만한 소재가 감초처럼 끼여 있다.

두 작품에서 각각 여주인공을 맡은 탤런트는 배종옥(39)과 송채환(35)이다. 배종옥은 '그대…'에서 유학간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그 뒤 만난 동창생에게 버림받아 미혼모가 되는 중학교 국어교사 차문경 역이다. 늘 할말 다하고 똑소리나는 역을 맡았던 그녀로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남자에게 차이는 역은 처음이라고 했다.

"문경은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갖고 있어요. 저라면 그런 상황까지는 안 갈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문경을 답답하고 미련하다고 여기시지 않을까요."

송채환은 '당신 곁으로'에서 약혼자가 있는 남자와 눈이 맞은 무역회사 경리 정아역을 맡았다. 푼수끼와 억척스러운 면이 공존하는 이미지를 보여왔던 그로서도 '사랑'을 내세워 행동한다는 것은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저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분명한 성격이에요. 정아처럼 미적미적하는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캐릭터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이들이 어떻게 배역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인가.

"문경의 행동에는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원작이 10여년 전에 쓰여진 만큼 요즘 세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강점은 세심하게 상황을 설정했다는 점이에요. 모든 등장인물이 나름의 동기를 갖고 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배경이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봅니다."(배)

"정아가 사귀고 있는 원준 대신 그의 친구 경식에게 빠져드는 이유가 있어요. 같은 음악을, 같은 음식을, 같은 색깔의 옷을 좋아한다는 것은 코드가 통한다는 거 잖아요. 서로 통했다는 점을 중요시했다는 점이죠. 문제는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송)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불륜을 말하면서도 '불륜을 위한 불륜'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고민이 듬뿍 배어 있는 연기를 해보겠다는 이들의 각오가 어떻게 형상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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