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분할 흥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8일 국회내무위는 여야중진회담에서 합의한 선거관계법 개정안의 심의에 착수했다. 여야대표들의 공동명의로 제안된 이 선거법 개정안은 당초 중진회담에서 합의된 30개 사항 외에 ①국회의원임기가 1년 미만인 때는 보선 및 재선은 실시하지 않는다. ②국회의원 선거의 추가등록제를 폐지한다. ③투표마감 시간을 한시간 연장한다는 등 6개 합의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추가 합의사항은 대체로 무난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만 지역구를 증설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다분히 계략적 요소가 들어있다 하여 새삼 말썽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여야는 막후절충을 통해 도시구는 인구 30만∼35만 이상 농촌구는 인구 25만 이상의 2개 이상 행정구를 포함한 구로서 분할해도 각 지역구가 인구 10만이 넘는 구를 분할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기준에 따르면 분할 대상구는 모두 15개에 이르리라고 한다.
지금까지 여야가 의견의 접근을 본 7개 분할구는 동대문을구, 부산진을구, 진안-장수-무주구, 여수-여천구, 충무-통영, 고성, 거창-함양구, 용인, 안성구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7개 분할대상구 가운데 부산진을 및 용인 안성구는 상기 분할기준에도 합당치 않아 논란의 대상으로조차 될 수 없는 것인데, 이 두 구를 분할대상으로 삼은 것은 『분구요건을 갖춘 지역구를 제쳐놓고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계략적으로 지역구를 분할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은 지역구의 인구기준을 20만으로 잡고 있는데 도시는 30만 내지 35만 이상 구를, 농촌은 25만 이상 구를 분할한다는 기준자체가 인구비례의 기본원칙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도시구는 인구가 많더라도 되도록 분할코자 한다는 것은 여촌야도의 경합에 따라 도시에서의 여당의석 증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살만하다. 따라서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야당대표들이 인구비례대표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도시는 30만에서 35만 이상 구를, 농촌은 25만 이상 구를 분할한다는데 관해서 여당측과 동조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구 증설을 위한 막후절충이 처음부터 정략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짙게 하는 것이다.
69년 1월에 공포한 국회의원선거법 중 개정법률에 의해서도 지역구는 16개나 증가되었는데, 이 개정법률조차 한번도 시행하지 않는데 또다시 지역구 및 전국구 의원수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5·16이후 새로 제정하다시피 한 현행헌법이 구헌법에는 없던 국회의원 정수를 못박는 규정(36조②항)을 따로 두어, 국회의원수의 상한을 명시한 근본취지를 우리는 새삼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기한 20만 인구당 1인의 국회의원이란 대통령도 현행헌법의 이러한 정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현행헌법의 명문규정에는 없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그밖에 빈번한 선거법개정으로 통해 그때마다 20여석씩 국회의석을 늘려간다는 것은 국민적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총선을 목전에 주고 또다시 선거구의 「게리맨더링」적 분할 증설을 꾀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 선거제도나, 대세정치제도를 원칙적으로 부패시키는 요인으로 비난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국회는 정객들의 취직처를 마련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기초적인 현실부터 재인식해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