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선에 막힌 황금어장 - 동해 명태잡이 현장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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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해해경○○함상=장창형기자】소설·(소설)을 앞둔 동해 명태어장은 함정의 철통같은 경계를 받으며 고기때를 찾아 나선 어선들로 붐빈다.
북위 38도30분-. 동해어로 저지선 근해 명태어장에는 날쌘 신형함정 ○○척이 기동력을 과시, 어로보호 작전을 펴고있는 가운데 거진·대진·속초항에서 출어한 2백여척의 명태잡이 어선들은 떼지어 바다를 누비고있다.
날이갈수록 극성스런 북괴의 해상 도발 때문에 저지선이 내려져 5「마일」앞에 둔 명태황금 어장을 잃은 어민들은 코앞에 고기떼를 두고도 잡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지만 그래도 한파만 닥치면 명태 떼가 저지선을 넘어 몰려오리라는 기대로 꿈에 부풀어있다.
20일 명태어장에 나온 속초항 소속 윤일호(10t)의 선장 한덕만씨(46)는 당기던 낚싯줄을 멈추고 『명태요? 이처럼 명태를 구경하기 힘든 것은 17년 어부생활에 처음 보는 일이요』라고 안타까와 했다.
올해도 명태철을 맞아 속초·거진 등지에 몰려든 어선은 1천2백여척. 그러나 이들은 북에서 남하해 오지 않는 명태 떼와 한발짝만 넘어도 반공법으로 다스린다는 정부방침에 눌려 기를 못쓰고있다.
이날 저지선 근해서 작업한 속초항소속 제2동해호(15t)는 하루 어획이 19마리. 8명의 어부가 19롤의 낚시에서『모두 이것뿐』이라고 허탈하게 웃었다.
문창호(13t)의 어부 함춘식씨 (42)는『저지선은 한치도 올라갈 수 없고 명태 떼는 내려오지 않고 배에 목숨건 우리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합니까』고 생계대책 없는 어로 보호대책을 나무라고 있었다.
동해 어로보호본부는 올해 1만2천t의 명태를 잡을 계획이라지만 10월 이후의 명태어획은 20일 현재 고작 32t, 처음부터 벽에 부딪치고 있다.
그래서『보호 작전에도 보람을 못 느낀다』는 것이 작전중인 해경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하지만 동해는 철통같은 보호작전이 계속돼야만 북괴의 악랄한 도발을 막고 마음놓고 조업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부들의 한결같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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