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해 가는 영·파워-아시아지역 청년지도자 회의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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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16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막을 연 아시아 지역 청년지도자회의는 아시아 지역에서 청년문제를 의제로 한 첫 국제회의였고 한국이 이를 주최했다는데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 중국·일본·인도·월남·필리핀·실론·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지아의 10개국대표 25명과 세계청년회의 (World Assembly Youth·본부 브뤼셀)와 부국에서 업저버가 참석한 이번 대회는 변천하는 사회와 청년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계적으로 청년문제는 급격한 사회변천과 이에 따른 사회기구담당자세대와 미래지망자간의 갈등으로 그 심각성이 날로 더 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특수한 사회에서는 그 나름의 특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국근(동국대)교수가 주제강연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시아의 가장 큰 비극은 서구문명이 도입될 때  안티·테제로서가 아니라 테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본래의 전통문화를 테제로 삼고 도입되는 문명이 안티·테테의 역할을 했다면 보다 빨리 훌륭한 신 테제를 창조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그 뒤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안티·테제 역시 서구에서 뒤이어 발생한 안티·테테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었다. 결국 아시아는 서구의 갈등을 인계 받아 고민하는 양상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각국대표들이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식민통치하의 아시아 각국 젊은이들의 민족계몽운동은 심한 탄압을 받아왔다. 더우기 2차 대전 이후 아시아 각국은 교육 기회가 갑자기 확대되었다. 청년학생들은 지적수준과 함께 숫적 면에서 급속히 비대했고 이들은 청년층의 대표적 존재가 되어 유식하고도 비판적인 압력단체로 성장했다.
청년학생들은 처음으로 권리를 주장하게됐고 이는 사회의 큰 갈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권리주장이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자 학생들은 더욱 격렬하게 사회정의의 실현과 부정·부패의 추방을 부르짓고 있음이 필리핀 대표 엘리잘데·몰가씨에 의해 지적됐다. 그는 최근의 학생동요에서 『학생들의 불안은 사회의 불안을 잘 나타내고있는 것이며 사회의 불안이 더욱 학생의 불안을 촉진시키고있다』고 학생문제를 진단했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문제에 경주되고있는 아시아 지역의 학생운동은 대학 안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쏟는 서구의 스튜던트·파워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서구화가 가장 앞서 이루어진 일본의 경우는 학생운동도 서구화된 양상을 띠고 있음이 일본대표 가나야·도시오씨에 의해 소개되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중국·월남 등에서의 학생운동은 국방과 더욱 긴밀히 관련되어 있으며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의 관심이 사회정의의 실현에 있었다. 실론의 경우 18세가 되면 공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러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청년인구의 도시집중이 불안의 큰 요인으로 되고 있다. 55년에 동경의 1백91만5천명의 청년(15세∼24세)이 65년에는 2백87만8천명으로, 횡빈의 경우 같은 기간에 23만1천명에서 40만4천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기간 전국 청년인구 증가율 11.1%에 비해 동경은 50.2%, 황빈은 75.1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참석자들은 청년문제의 해결이 차가운 대결이 아니라 따뜻한 참여에의 권유에 있다는 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청년들이 불안해하는 요인으로는 공산군과 대치상태에서 항상 침략의 위협을 받고있으며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과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가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 지적됐다. 청년들의 문제를 국가 나름으로 해소시키고 있는 독특한 방안들도 소개되었는데 중국의 경우 특히 본토수복이라는 대 전제 밑에 중화민국 반공 청년대에 강제 가입시키는 일이 각국대표에 의해 신랄히 비판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청년들은 성인들이 만든 틈 속에 강제로 밀어 넣어져서는 안된 다는 것이다.
21일에 막을 내리는 이 회의는 아시아지역의 청년문제가 서구제국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에 주목하고 앞으로 아시아 국가끼리 정보교환 및 공동연구를 위한 상설기구를 마련할 것 같다. 상설기구의 필요성은 인도대표 지알랄·제인씨에 의해 이미 제안됐고 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권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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