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상위의 세출 예산 증액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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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각 상임위의 심의 태도는 국회 본연의 자세를 벗어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유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예비 심사를 모두 끝낸 국회 농림·문공·내무·법사위 등 4개 상임위원회는 각부 소관 예산안 중 모두 약 l0억6천만원의 증액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때문에 예결위 종합 심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예산 규모 팽창 문제를 가지고, 다시 한번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출한 당초 예산안에 대해서 오히려 증액 요청하고 있는 상임위는 전기 4개 상위 외에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되고 있는데, 이처럼 국회가 예산을 다루는데 있어 저마다 자기 소관 부처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행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에는 미리 그중 상당액을 국회가 삭감할 것을 예상하는 것이 관례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기에 따라서는 필요 이상 불려놓은 정부측 예산 요청액을 되도록 긴축케 하는 것이 국회의 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며, 불요불급한 사업은 이를 극력 삭감하여 국민 부담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국회의 소임임은 상식이라고 할 것이다. 국회는 예산을 삭감할 권한은 있어도 증액할 권한은 없다는 원칙을 법제화한 이유도 요는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부의 낭비를 막자는데 있는 것이라면, 국회 각 상위가 일제히 예산 규모를 늘리려고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위임을 역행하는 행위로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71년도 예산 규모 5천2백48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 조세 증가율을 24·4%나 늘리고 있는 정부안은 1천억원 이상에 달하는 각종 조세 감면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므로 예산안상의 조세 부담 금액 4천2백80억원 만을 가지고 세부담을 논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세 감면 혜택을 받는 계층에서는 사실상 세부담율이 낮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에서는 평균 조세 부담율보다 30% 정도나 더 높은 세부담을 하는 결과가 되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처럼 불공평한 세부담 체계를 어떻게 해서라도 완화시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예산 규모만을 증액시킨다면 결국 세부담은 더욱 불공평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국회 의원은 이 점을 특히 고려해야 할 줄로 안다.
끝으로 백보를 양보하여 국회 각 상위가 증액 요청한 것이 국리민복을 위하여 절대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예산 규모 증액의 구실이 될 수는 없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가 제출한 당초 예산안에서 깎을 수 있는 것을 엄격히 가려낸다면, 전체적으로 예산 규모를 정부원안보다 5% 정도 깎는 것은 과히 힘드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우리는 보기 때문이다. 해마다 예산 불용액이 상당히 남아 왔었다는 전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우리 국회가 예산을 다루는 심의 태도는 너무도 엉성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은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각 비목에 숨겨두었다가 공무원들이 이른바 「온돌 출장」등 각종 부당한 명목으로 유용 하는 액수만 양성화하더라도 예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보다 효과적인 사업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단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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