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삼 여행기<서사모아 군도서 제2신>>「사모아」의 아름다운 자연은 무한한 선을 불러일으킨다. 「쇼펜하워」는 악마가 세계를 창조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악마가 어찌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 수 있으랴. 자연미는 고스란히 선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사람이 지극히 어질어 보이는 것은 종교의 감화 때문이라고들 말하지만 내 생각에는 장엄할 만큼 초 종교적인 자연의 힘이 그렇듯 아름다운 인간성을 이룩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나라 섬을 한바퀴 돌면서 음류 시인처럼 자연과 인간을 찬미하노라니 파랑새처럼 그지없이 행복해 짐을 느낀다. 이 같이 자연은 크나큰 기쁨을 안겨다 주는가 보다.
이 섬은 화산도이기 때문에 섬 둘레의 해안에 자연히 길이 나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랄까 샘이 나는 곳엔 으례 마을이 이루어져 있다. 특이한 화산 지질로서 비가 오면 곧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어 흐르다가 해수면에 가까운 해안에서 샘물로 솟구치는 것이다.
이 사모아 섬은 「서머시트·몸」의 단편 『비』의 무대로 서 널리 알려진 만큼 비가 많은 곳이어서 큰 연못엔 맑은 물이 늘 그득 괴어 있다.
해수욕을 하고는 몸에 묻은 짠물을 씻기 위해서 단물인 이 연못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데는 안성마춤이었다. 하도 피곤했기에 야자나무 그늘 아래서 발랑 누워 흐르는 구름 떼들을 쳐다보고 있다가 시선을 들리니 이 무슨 조화일까, 맞은 편에는 인어처럼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원주민 여성이 빨래를 하다가 옷을 홀랑 벗더니 물 속에 풍덩 뛰어들어간다.
이 정경을 보니 그쪽으로 헤엄쳐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황홀하게 바라다보고만 있었다. 그 여성이 나를 보았는지 부끄러운 듯 연못가로 올라가더니 부리나케 옷을 걸쳐 입었다. 맑은 물에 흠뻑 젖은 그 가무잡잡한 몸매는 정녕 관능적이었다. 「주피터」신 같으면 그대로 놔둘리 없을 것이다. 미남자로 화신하여 기어이 꾀고야 말 것이다. 이런 충동을 느낄 만큼 「사모아」여성은 「섹스」를 발산한다.
이 여성이 옷을 입었기에 실체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그쪽으로 헤엄쳐 갔더니 부끄러운지 아니면 빨래를 다 끝내고 가는지 가까이 가기도 전에 숲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물의 요정」이었던가. 아니면 「숲의 요정」이었던가. 무슨 환형 같기만 한 듯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너무 경솔하게 했나 싶어 은근히 뉘우쳐 지기도 했다. 여성에 가까이 가지 않았더라면 먼 빛으로나마 좀더 이 「사모아」여성의 생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치 실연한 사람 모양으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며 헤엄쳐 돌아와서는 새로운 기쁨을 찾기 위하여 이곳을 떠났다. 이 섬은 주화산 곁에는 작은 기생 화산이 생겨 있는데 폭발성을 지닌 화산 일대에는 크고 작은 검은 화산탄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다. 여기서는 돌을 주워 버리면 밭이 되며 이 돌들을 밭 둘레에 쌓으면 밭의 경계인 돌담이 된다. 이 밭둑 아닌 돌담은 소의 침입을 막고, 따라서 해풍을 막는 구실을 하니 일거양득이랄까. 그러나 때로 잡초가 우거져 있는 밭을 보면 게으른 농민들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 섬은 최근의 화산 작용으로 이루어진 지대로서 땀은 굳어서 팔 수 없기 때문인지 길가에서 보이는 무덤들은 「통가」왕국에서 본 것처럼 돌을 주워 모아 쌓은 계단식 피라미드가 비교적 많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돌 틈에서 낳아 일생동안 돌을 줍다가 돌 속에 묻힌다고나 할까, 아뭏든 돌과는 떨어질 수 없는가 보다. 돌 속에 묻히는 우리 나라 제주도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시골집들은 화산 돌을 주워 다가 다져가며 4. 5계단씩 쌓아 올린 축대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렸으며 벽을 두르지 않았으니 완성하지 못한 집 같다. 더운 곳이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비밀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개방적인 집에서 들 사는 것이 아닐까.
그 방의 내부는 길이 10여m, 너비 5∼6m의 것이 많은데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살며 가재도 고스란히 밖에서 들여다보인다.
이 나라는 경건한 신자들이 많은데다가 아직도 원시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이루고 있어서 이렇듯 개방된 집을 짓고 사는지는 모르나 범죄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신생 독립국으로서 앞으로 문화와 교육이 눈부시게 발전하더라도 이 선량한 사회의 본질은 변치 말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김찬삼>
(102) 비와 관능이 넘치는 화산도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최근 1개월 내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면 최신호의 전체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더중앙플러스 회원이 되시면 창간호부터 전체 지면보기와 지면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더중앙플러스 회원이 되시겠습니까?
더중앙플러스 회원이 되시겠습니까?
앱에서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
- · 로그인하면 AD Free! 뉴스를 광고없이 더 깔끔하게
- · 속보는 물론 구독한 최신 콘텐트까지! 알림을 더 빠르게
- · 나에게 딱 맞는 앱 경험! 맞춤 환경으로 더 편리하게
개성과 품격 모두 잡은 2024년 하이패션 트렌드
Posted by 더 하이엔드
집앞까지 찾아오는 특별한 공병 수거 방법
Posted by 아모레퍼시픽
“차례상에 햄버거 올려도 됩니다”
ILab Original
로맨틱한 연말을 위한 최고의 선물
Posted by 더 하이엔드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들
Posted by 더존비즈온
희귀질환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습니다
ILab Original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메모
0/500
메모를 삭제 하시겠습니까?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이벤트 참여하기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이벤트 참여하기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이벤트 참여하기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이벤트 참여하기
더중앙플러스 구독하고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혜택가로 구독하기
추억의 뽑기 이벤트에도 참여해보세요. 혜택가로 구독하기
중앙일보 회원만열람 가능한 기사입니다.
중앙일보 회원이 되어주세요!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이 궁금하신가요?
중앙일보 회원이 되시면 다양한 편의 기능과 함께 중앙일보만의 콘텐트를 즐길수 있어요!
- 취향저격한 구독 상품을 한눈에 모아보고 알림받는 내구독
- 북마크한 콘텐트와 내활동을 아카이빙하는 보관함
-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스크랩하고 기록하는 하이라이트/메모
- 중앙일보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스페셜 콘텐트
알림 레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중앙일보는 뉴스레터, 기타 구독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이용 합니다. ‘구독 서비스’ 신청자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 동의를 거부 하였을 경우 이메일을 수신할 수 없습니다. 구독 신청을 통해 발송된 메일의 수신 거부 기능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 · 이용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