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옷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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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년 겨울을 위해 쏟아져 나오고 있은 의류들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화학사로 짠 스웨터의 대매출이다. 메이커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스웨터들이 시장마다 수북이 쌓인 채 손님들을 부르고 있는데 4, 5백원 정도로 살 수 있는 싼 물건들이 많아 자칫하면 불필요한 구매욕을 자극 당하기 쉽다.
물론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1, 2천원 짜리 물건과 조금도 다름없는 스웨터를 대매출장소에서 골라낼 수도 있다. 상표가 분명치 않더라도 짜임새가 꼼꼼하고 솔기의 바느질이 단단하며 헌 실을 재생해서 짠것이 아니라는 증거로 실을 끊어보아 질기다면 틀림없는 물건으로 봐도 좋다. 왜냐하면 털실 값의 5분의1 정도로 싼 화학사의 질이란 대개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로 짠 옷들 중 가장 질기고 또 언제나 풀어서 다시 짤 수도 있는 잇점을 가진 옷이란 실을 사다 집에서 뜬 옷이라는 것을 부지런한 어머니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창 자라나는 개구장이 아이들 옷일 때는 더욱 그렇다. 실 값은 순모가 1파운드에 1천7백50원, 혼방이 1천5백50원인데 가장 뜨개질하기 좋은 중세사라면 10살 내의 아이들 스웨터를 뜨는데 반「파운드」면 된다.
7백원∼9백원으로 튼튼한 스웨터 하나를 짤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해 본다면 5백원짜리가 하도 싸서 그냥 살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집에서 일일이 짤 시간이 없을 때는 동네의 편물가게에 맡겨도 나중에 풀어쓰는 데에 지장이 없는데 삯은 1백50원∼5백원. 무늬 뜨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대학생은 물론 꼭 정장할 필요가 없는 직장에 다니는 남자들은 흰 와이샤쓰에 늘 타이만 맬게 아니라 겨울동안은 「터틀·네크·스웨터」에 두툼한 모직의 재키트를 걸치는 정도로 옷 입는 습관을 바꾸도록 해본다. 훨씬 따뜻하고 편할 뿐 아니라 주부들의 뒷손질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양복저고리 밑에 입기 좋은 얄팍한 스웨터는 혼방으로 1천5백원정도. 많은 빛깔들이 나와있다.
내의는 면 1백%의 얇은 것을 사서 자주 갈아입도록 하는게 가장 좋다. 노인도 아닌데 두꺼운 내의를 입고 있으면 비활동적일 뿐 아니라 특히 아이들에게는 옷을 많이 입지 않고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나쁜 습관을 길러준다. 값은 아이들 내의가 4, 5백원, 어른들것 5, 6백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잠옷은 융으로 만든 것이 어른용 7백원∼1천5백원, 아이들용 5백원∼1천원인데 천을 사다 집에서 만드는 편이 좋다. 시장에 나와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바느질이 약하고 웃저고리와 바지길이가 짧아 껑충한게 모양도 좋지 않다. 융은 1마에 70원∼1백원인데 3마 반이면 어른잠옷을 만들 수 있다.
아이들 옷은 미리 꺼내어 입혀보고 잘 맞는가, 낡은 곳은 없는가 살펴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을 때 꺼내 입히다 보면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들이라 옷이 몹시 작아져 당황하는 일이 많다. 잠바나 스웨터의 소매부리가 낡았으면 털실로 짜서 새로 붙여 주고 바지의 무릎이나 팔 뒤꿈치 부분은 「레더」를 사다 예쁘게 오려 미리 기워준다.
여성들의 외출복 값은 기성복이나 맞춤복이나 평균 40∼50%씩 작년에 비해 올랐다. 그것은 미디의상의 유행에 따라 옷감이 많이 들게되고 또 그런 현상이 짧은 옷의 가격까지를 자극시킨 때문인데 6, 7천원 정도이던 혼방 저지의 원피스가 8천원∼1만원까지 올라있다. 유행이 지나 못 입겠다고 판단되는 옷들은 그대로 싸 들것이 아니라 모두 꺼내어 어떻게 고쳐 입을까 궁리 해보고 정 안되면 어린아이들 옷이라도 만들어 주는 편이 올 겨울의 옷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장명수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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