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바자]와 강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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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새 여자 중·고등학교에는 이상한 풍조가 나돌고 있다. 그것이 결코 부정한 일이거나 크게 논란될 대상의 것은 못 되는 걸로 아나, 확실히 불쾌한 사실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것이 더구나 학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일진대 적지 않은 학부형들에게는 지금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그건 여학교에서 늘 하고 있는 성금 [바자]라는 것이다.
워낙 기금이나 성금을 모으기 위한 [바자]란 그 목적이 어려운 남이나 국가를 돕는 선행의 행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수단이 강요나 억지가 있을 때 그건 오히려 옥의 티가 되어 그 목적 의식마저 흐려질 때가 있다.
어느 여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바자]에 내기 위해 구슬 [백]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 한다. 그 여학생은 상당한 재료값을 들여 더위 속에서도 정성 들여 그 [백]을 방학 동안 만들어 가지고 갔다. [바자]에 낸 [백] 값은 3천5백원을 홋가하는 물건이 되었다.
그러나 그 [백]은 [바자]에서 팔리지가 않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결국, 안 팔린 물건은 그 기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만든 학생이 사야 된다는 학교의 명령이다. 여학생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매달 부모에게서 월급제로 타 받는 용돈에서 조금씩 모아 저금한 돈을 몽땅 털어도 그 [백]을 살 수 있는 3천원을 충당할 수가 없다. 재료값을 달랬고, 한여름 동안 [백]을 만든다고 집안 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던 여학생은 제가 만든 물건이 팔리지 않았다는데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그 물건을 사야할 돈을 달라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부모에게 SOS를 청할 수밖에 없다. 선량하고 넉넉지 못한 [샐러리맨]의 아버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애타는 딸을 위해 이 [헬리콥터] 기금의 일부분을 내게끔 되었다.
문제는 돈에 앞서 이 모순되고 억지인 학교 처사에 있다. 이와 같은 일은 이 구슬 [백] 뿐이 아니라 팔리지 않은 크고 작은 물건들은 모두 출품한 학생이 사야한다.
국가예산에도 신축성이 있는데 어떻게 어린 소녀들의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바자]의 성금모집에 강매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남이나 국가를 돕는 모금에 있어 돈의 한정액이란 있을 수 없다. 그건 성금이 아니고 세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억지 명령하달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려온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각 학교간에 금액으로서의 경쟁이나 생색을 내세우는 경우는 없는지 의심스럽다.
학교교육에서의 남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길러주는 행사가, 부담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학교나 당국에서는 다시 생각하고 이와 같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무거운 부담이나 불쾌감을 심어주는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박기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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