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컬러 아이폰5C 내놓은 애플 … 프리미엄 전략 버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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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고급형 신제품 아이폰5S와 중저가형 아이폰5C를 공개했다. 필 실러 수석부사장이 다섯 가지 색상의 아이폰5C를 소개하고 있다. 20일 미국·중국·일본 등 9개국에서 1차로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에는 연말께 선보일 전망이다. [쿠퍼티노 AP=뉴시스]

“애플은 휴대전화를 제대로만 만들면 값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산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임의 규칙을 바꿔 시장을 장악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직후인 2011년 2월 직원들에게 보낸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휴대전화 시장의 ‘판’을 바꿔버렸다. 그런데 10일(현지시간) 애플도 판 안으로 뛰어들었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아이폰 신제품 두 가지를 공개했다. 한 번에 한 개의 신제품만 내놓던 관례를 깼다. 아이폰5를 업그레이드한 아이폰5S에 더해, 이번에는 중저가형 아이폰5C도 선보였다. 애플이 그간 고집해왔던 프리미엄폰 전략을 버린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물량 공세에 올 2분기 애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2%까지 떨어졌다. 벼랑 끝 위기감에 6년여를 고집하던 ‘고가폰 온리’ 전략을 버리고 고가·중저가 ‘쌍끌이’ 전략으로 선회했다.

 아이폰은 매년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 가격을 100달러 정도 인하해 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폰5C를 선보이면서 기존 아이폰5를 단종한다. 아이폰5C는 하드웨어상으로는 구형 모델인 아이폰5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외형에 플라스틱을 채용하고 청색·녹색·분홍색·노란색·흰색 등 5가지 색상을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기존 아이폰5보다 두껍고 무거워졌다.

 가격도 애매하다. 약정 없이 공기계만 사려면 16GB 제품이 549달러(약 60만원)다. 중국에서는 4500위안(80만원)에 팔린다. 중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휴대전화 평균 가격(143달러)의 다섯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비싼 유리와 금속을 사용한 아이폰5를 대신해 플라스틱으로 원가를 절감한 아이폰5C를 내놓고, 실제로 저가 시장은 2년 전 내놓은 아이폰4S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아이폰5C가 중국 등 국가의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에 충분히 싸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28% 떨어졌다.

 고급형 신모델인 아이폰5S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64비트 프로세서(AP)인 A7 칩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연산 속도는 아이폰5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다. 2007년 나온 오리지널 아이폰과 비교하면 속도는 40배 향상됐다. 애플은 “아이폰5S는 64비트 칩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유일의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한다. 사파이어로 만든 홈 버튼 부분에 지문인식 장치를 내장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아이폰5S에 적용됐지만 손가락을 대면 사용자를 인식해 화면 잠금이 풀리고, 앱스토어 등에서 결제를 하는 데도 활용된다. 카메라는 800만 화소 그대로지만 이미지센서 크기를 키우고 듀얼 플래시를 적용해 사진 품질은 좋아졌다. 검정과 흰색이던 색상은 금색·은색·회색(스페이스 그레이)으로 다양해졌다.

 그러나 이렇다 할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기존 제품도 충분히 빨라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카메라도 이미 삼성·LG전자나 노키아 등이 내놓은 제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문인식 역시 모토롤라나 팬택이 먼저 적용했지만 별 재미를 못 봤다. 64비트 프로세서는 몇 년 전부터 PC에 쓰이고 있지만 32비트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늘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으로 탄성을 자아냈던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하드웨어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삼성식 프레젠테이션’과 비슷해졌다는 평도 나온다.

 오히려 ‘소비자가 애플에 맞추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애플이 소비자에 맞춘다’는 쪽으로의 마케팅 전략 변화가 더 눈길을 끈다. 중국을 1차 판매국으로 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금색을 추가했다. 일본에서는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를 통해 판매에 나선다. 아이폰 신제품은 20일 미국·중국·일본 등 9개국에서 1차로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에는 연말께 선보일 전망이다.

 한편 애플은 새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7을 18일 내놓는다. 새로운 사용자환경(UI)을 강화하고, 멀티태스킹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와 함께 애플은 가장 인기 있는 앱인 ‘아이포토(사진 편집 프로그램)’ ‘아이웍스(업무용 프로그램 모음)’ 등 5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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