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세권 개발, 민영이냐 무산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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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업자들이 투자를 꺼려 난항을 겪고 있는 충북 KTX 오송역세권 개발사업. 현재 2곳의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KTX 오송역 주변 전경. [중앙포토]

민선 5기 충북도의 역점사업인 KTX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이 갈림길에 놓였다. 충북도는 2010년 7월 민선 4기인 2005년 추진했던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사업을 중단하고 대안으로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기업들의 투자난색으로 민간사업자 공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좌초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최근 사업시행자 공모 마감에서 2곳의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는 충북개발공사는 10일 2곳의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심의위원회를 개최, 20일쯤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업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공모에 참가한 컨소시엄의 요구다. 이들은 충북개발공사에 시공권과 자신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채무보증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개발과정에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이달 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한 사업자는 오송역세권(64만9176㎡) 개발에 들어갈 사업비 3102억원 중 절반이 넘는 51%(1582억원)의 지분을 요구했다. 이럴 경우 부분 공영개발이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시공권 역시 사업자가 쥐게 된다. 그동안 충북도와 충북개발공사는 51%의 지분을 청주시·청원군이 투자하고 나머지를 민간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지방공기업법이나 지방계약법상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사의 시공자 선정은 공개입찰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사업자의 요구는 선정권을 자신에게 달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채무보증과 미분양 부지를 충북도가 100% 인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충북도와 충북개발공사 내부에서는 두 곳 모두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지분만큼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민간사업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과반이 넘는 지분과 채무보증을 고집할 경우 부적격 사업자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도 사업자 선정이 무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충북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실속은 자신들이 챙기고 손해는 자치단체에 떠넘기겠다는 수법”이라며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의지가 뚜렷하고 건실한 업체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사업자 선정이 무산되면 시기적으로 추가 공모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12월 29일까지 민간자본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송역세권은 도시개발구역에서 자동 해제되기 때문에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은 무산위기에 처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충북도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충북도 고세웅 바이오환경국장은 “민간사업자가 요구한 공공 49%, 민간 51% 지분 변경에 대해 담당부서에 가능 여부 검토를 요청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 국장은 “채무 인수나 규모 축소는 협상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개발예정지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역세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320여 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될 보상금 규모만 1970억원에 달한다. 오송역세권개발주민대책위원회 원대연 위원장은 “민간 투자 부문을 충북도에서 책임진다고 했다”며 “사업이 백지화되면 충북도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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