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세 자살률 10년 새 47%↑ … 증가 속도 OECD 31개국 중 2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등학생 정모(15·경기도 수원)양은 지난해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중학교 때만 해도 상위권에 속하던 성적이 고교에 진학하면서 중위권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양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아 집에선 성적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쓸모 없는 존재인 것만 같았다. 그러다 ‘자살’이란 단어를 수시로 인터넷 검색창에 쳐넣기도 했다.

 다행히 극단적인 생각은 여기서 그쳤다. 대신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정양은 “특별한 이야기를 듣진 않았다. 그냥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건만으로도 딱딱하게 굳었던 마음이 풀어졌다”고 말했다.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자살을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좋은 취지에서 생긴 것이지만 자살 문제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한국은 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43.6명, 33분에 한 명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있다. 더구나 미래의 주인공인 아동·청소년의 자살률이 다른 나라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OECD에 가입한 31개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평균)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국내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6.4명에서 9.4명으로 46.9% 증가했다. 칠레(52.6%)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상승세다.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2000년 OECD 회원국 중 18위에 그쳤지만 2010년엔 6위로 뛰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은 자살 충동의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4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청소년(13~19세)은 성적 및 진학 문제(39.2%)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서울병원 정유숙(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건 정말로 자살을 하겠다기보다는 충동적인 경우가 많다”며 “극단적인 생각을 여러 차례 한다고 생각하면 지체하지 말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