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의 포기성명 읽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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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인 회담이 열린 25일 상오 상도동 유신민당수집에는 8시4분전에 김영삼, 2분전에 이철승, 그리고 8시5분에 고총장이 들어섰고, 8시17분에 김대중씨가 마지막으로 나타났다.
8시10분쯤 신동준 비서실장이 『먼저 들어가시지요』하니까 김영삼씨는 『셋이 함께 들어가야지』해서 김대중씨 도착후인 8시20분부터 2시간동안 회의가 계속됐다.
다섯 사람이 주고받은 얘기를 옮기면-.
△유당수=(자신의 인생관과 시국관, 그리고 59년 조병옥 박사가 후보경쟁포기를 선언한 사정을 얘기하면서)나 자신 대통령 후보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
△김영삼의원=당수가 미리 조정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김대중의원=선의의 경쟁도 괜찮지 않은가.
△이철승씨=이제 상대는 편하게 됐지만 당수께서 어렵게됐다.
『당의 운명이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판단, 대표최고위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면서 국민 및 동지들의 여망에 따르려던 대통령지명경쟁을 결연 포기하는 것만이 당의 분규를 수습하고, 당을 살리는 단 하나의 길이며 이것이 국민을 위하는 도리일까 하여 이 애정을 국민과 당동지에게 밝힌다.』
25일 아침의 5인 회의를 결정짓는 24일 밤의 마지막순간에서 유당수와 고총장은 노랗게 바랜 유석 조박사의 59년10월10일자 후보경쟁포기성명을 읽으며 침통해했다고.
이 회의는 24일 하오 5시반부터 시작된 유당수와 당간부간의 일련의 접촉 끝에 결정된 것인데 유당수집에는 고흥문 사무총장이 먼저 들어오고 뒤이어 양일동 홍익표 두 정무회의부의장, 잇달아 이충환·윤길중씨가 들어갔었다.
유당수는 40대 조정의 경위를 들은 뒤 『40대 단일화 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당간부와 대의원의 동향, 그리고 나의 조건부선언에 대한 일부 오해가 나를 몹시 우울하게 했다』고 그의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지만 결국 5인 회의로 마지막 혼란수습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는 것.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공화당은 매일 신민당의 동태를 분석하고 있는데 25일 유진산 당수가 40대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자 신민당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는 등 신경을 쓰고있다.
김진만 공화당총무는 이날 정해영 신민당총무에게 『집안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소』라고 물어 정총무는 다시 상도동 진산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진상을 알아보았으며 국회본회의장은 야당의원들이 참석치 않아 성원미달로 본회의시간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
이날 11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여야중진회담도 제시간에 열리지 못하고 늦추어 졌는데 의사당 안에 모여있던 공화당소속의원들은 몇 사람씩 둘러앉아 신민당얘기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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