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질극 생존자, "나는 살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을 자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오래 자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하는 안드레이 노모프.

화보


나도 한마디

체첸 반군에 의해 모스크바 한 극장에 억류돼 있던 수 백명의 인질을 구출하는 작전에 사용된 무력 가스에 대한 해독제가 어째서 의사들에게 공급되지 않았는가에 관해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러시아 보건장관은 급습 직전 극장 안으로 주입된 가스로 인해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겨 1백15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월요일(현지시간) 현재 4백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생존자 중 한 명인 안드레이 노모프는 월요일(현지시간) CNN의 울프 블리저에게 자신이 겪은 바에 대해 들려줬다.

블리저: 소름끼치는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이 들어와 가스를 뿌렸던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노모프: 구멍에서 가스가 나올 때, 가늘고 흰 연기를 봤다. 연기에서 냄새가 나길래 바닥에 엎드렸다. 그 이후부터 모든 사태가 끝난 후 병원에서 깨어날 때까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블리저: 가스가 얼마나 오래 뿜어져 나왔는지 기억나나? 몇 초나 혹은 몇 분 쯤 됐나? 기절하기 전까지 최대한 기억해볼 때 그 시간이 얼마나 됐던 것 같나?

노모프: 대략 10초 쯤 연기를 봤다.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 이후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추측하건대 그 때는 이미 30분쯤 지난 것 같다.

블리저: 안드레이, 당신은 연기를 봤다고 했다. 그렇다면 냄새가 나지는 않았나? 그 가스에서 나던 특정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가?

노모프: 뭔가 냄새가 나기는 했다. 나는 연기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그게 가스였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왜냐면 가스는 눈으로 볼 수가 없지 않는가. 가스가 아니라 그냥 연기였을 뿐이다.

블리저: 러시아 특수부대는 가스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특정 무기를 사용해 가스를 살포했는가, 아니면 통에 든 가스였나? 그들이 극장 안에 어떤 방식으로 가스를 살포했는지?

노모프: 잘 모르겠다. 가스는 바닥에서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블리저: 자, 당신은 그 현장에 있었다. 50여 시간 동안 다른 7백 여명의 인질들과 함께 억류돼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그 50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는 있었나?

노모프: 우리는 그곳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좌석에 앉아 있을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갈 수는 있었지만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화장실에 오가는데 필요한 15분 동안만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잠도 의자에서 잤다.

블리저: 보도를 종합해보면 생존자들은 당신처럼 젊은 사람이라고 들었다. 당신은 17살밖에 안 됐고, 또 건강하다. 그러나 가스의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나이든 사람들 중 일부가 가스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당신의 견해로 볼 때 이 말이 옳은가?

노모프: 맞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 사람이 죽기도 했고, 나이든 사람이 죽기도 했다. 이 가스로 인해 죽고 사는 것은 나이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이 가스는 수술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것이었지 군사용이 아니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똑같은 가스에 어느 정도 반응을 보였다.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오래 자는 이들도 있었다.

블리저: 안드레이, 지금 기분은 어떤가?

노모프: 지금 상태는 괜찮다. 아주 괜찮다. 살아있지 않은가.

MOSCOW, Russia (CNN) / 이정애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