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재혼가정 자녀의 성(姓) 바꾸면 부작용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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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족의 전통문화는 우리 시대에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자 윤리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동안 조상들이 지혜로 다듬고 가꿔온 유산인 이 전통문화에는 대를 이어오며 축적한 민족혼이 스며 있다. 언필칭 개인의 존엄과 행복 추구권을 주장하는데, 이에 앞서 민족의 자존과 조상 전래의 전통은 어떻게 하려는가.

극소수 이혼 가정, 불행한 소수인의 불평 때문에 장차 우리 문화와 전통이 암울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 이혼녀의 궁벽한 하소연이 급기야 자식의 성(姓)마저도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한 이기적 도구로 삼으려고 한다. 자식의 인격은 개의치 않고 성을 바꾼다면 그 아이가 장성해 자신의 본성을 찾고자 할 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는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에게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만 있는 게 아니다. 이혼한 부부는 남남이 되지만 그 자녀에겐 조손간.형제간.사촌간.숙질간 등 천륜으로 연결된 많은 혈연이 존재한다. 이 관계는 어릴 적보다 성장해 살아갈 동안 더 소중해질 수도 있다.

성이 편의에 따라 바뀐다면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만약 이혼녀가 또 이혼한다면 바꿨던 자식의 성은 환원할 것인가. 다시 재혼하면 또 자식의 성을 바꿔야 하는가. 최근 이름에 부모의 성을 모두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재혼 부부의 자녀가 부모 양성을 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승관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