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처럼 … 폴스9 구자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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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구자철 제로톱’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2011년 아시안컵 득점왕(5골) 출신 구자철은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구자철(왼쪽)이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자체 청백전에서 이명주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인천=김진경 기자]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믿을 만한 원톱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운 공격수는 박주영(28·아스널)이다.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하고, 골 기회에서 확실히 해결해 주는 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표류 중이다. 그렇다고 확실한 원톱 대안도 없다. 6일 오후 8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릴 아이티(FIFA 랭킹 74위, 한국은 56위)와의 평가전을 앞둔 홍 감독은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제로톱(Zero Top)’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미니게임 전반에 조끼팀-비조끼팀 원톱으로 각각 조동건(27·수원)과 지동원(22·선덜랜드)을 기용했다. 하지만 골이 터지지 않자 조동건 대신 윤일록(21·서울)을 왼쪽 날개로 투입하고,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일명 ‘구자철 제로톱’이다.

 제로톱은 정통 원톱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를 가짜 공격수로 위장 배치한 4-6-0 포메이션을 말한다. 이날 유일한 골이 구자철 제로톱에서 나왔다. 구자철이 후방으로 빠지며 수비수를 끌고 나오자 윤일록이 침투해 득점을 올렸다.

 제로톱의 원조는 스페인이다. 세계 축구계 대세로 떠오른 독일 대표팀도 최근 제로톱을 가동하고 있다. 원톱 미로슬라프 클로제(35·라치오)와 마리오 고메스(28·피오렌티나)가 전열에서 이탈한 데다 2선 공격수들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이다.

 요하임 뢰브(43) 독일 대표팀 감독은 지난 3월 카자흐스탄전에 메수트 외질(25·아스널)을 축으로 마리오 괴체(21·바이에른 뮌헨)-토마스 뮐러(24·바이에른 뮌헨)로 이어진 제로톱을 가동해 3-0 완승을 거뒀다.

 구자철은 외질처럼 가짜 공격수인 폴스9(False 9)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구자철은 최전방에서 좌우로 크게 움직여 2선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처진 스트라이커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수비를 교란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2011년 아시안컵 득점왕(5골)에 오를 때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 이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2선 공격수 손흥민(21·함부르크)과 김보경(24·카디프시티), 이청용(25·볼턴)이 폴스10, 즉 센터-윙어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지원사격을 한다. 이들의 스위칭을 통한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골 찬스를 만들 수 있다.

 홍 감독은 5일 기자회견에서 구자철의 연습경기 원톱 기용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일본전(1-2패)에 후반 30분 동안 제로톱을 시험했었다.

◆폴스9(False 9)=가짜 9번(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번호). 제로톱 전술의 핵심이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수비수를 교란하며 적극적으로 골도 노린다. 리오넬 메시가 대표적인 예다.

글=박린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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