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락 기준 이견 … 종편 재승인 심사계획안 의결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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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의 재승인 심사계획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위원들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최대 쟁점이 된 건 개별 평가항목에 대한 과락(科落) 기준을 조정하는 문제였다. 방통위 사무국은 총점 650점(1000점 만점)이 넘더라도 9가지 개별 평가항목 중 하나라도 40%에 미치지 못하면 ‘조건부 재승인’을 할 수 있다는 심사계획안을 보고했다. 이는 지상파방송사의 재허가 기준과 같다. 그러나 야당 추천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한 종편 채널의 ‘5·18 북한군 투입 보도’를 예로 들며 “종편 시사토크의 배설적 유포 등의 문제에 대한 여과를 철저히 하려면 과목별 과락 수준을 60%로 올리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 기준을 종편 심사에 적용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종편 보도의 공적 책임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파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자 여당 추천의 홍성규 상임위원이 반발했다. 그는 “역사를 거치면서 지상파 재허가가 평가의 기준이 됐는데, 새 매체가 나올 때마다 과락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그 자체가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상파의 기준까지 따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대희 상임위원도 “공정성 기준은 지상파가 가장 앞서야 하고 그 다음이 종편의 위치가 돼야 한다”며 “지상파와 비교해 공정성 항목의 배점이 지나치게 높다”고 맞섰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또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총점이 650점 미만일 경우 ‘조건부 승인 또는 승인거부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문제 삼았다. 양 위원은 “도대체 떨어뜨리라는 건지 말라는 얘기인지 모호하다”며 “기준 미달 사업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재승인 거부가 맞다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했다.

 전체 배점의 40%를 차지하는 방송평가 항목의 비중을 35%로 줄이자는 복수안에 대해선 여당 측 인사들이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서라면 정량평가인 방송평가가 아닌 다른 비계량 항목의 배점을 줄이는 게 낫다”며 전례 없이 2개의 안을 제시한 사무국을 질책했다.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15명으로 확대하자는 의견에는 대체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5일 오후 다시 위원회를 열자고 했다.

강태화·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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