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초과대출, 금감위 승인 받은 것처럼 이근영 産銀총재때 허위보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산업은행 총재였던 2000년 7월, 대북 송금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상선 4천억원을 포함한 현대계열사 6천4백억원의 대출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준 것처럼 금감위에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업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3일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이성헌(李性憲).임태희(任太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같은 해 7월 13일자로 금감원에 보낸 '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신용공여 감축계획 이행상황 보고'에서 주(註)에 현대의 예외신용공여가 6천4백억원이라고 명시했다.

그 근거로 산은법 시행령상 산업정책의 추진, 또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금감위가 재정경제부 장관과 협의해 인정토록 한 조항을 들었다. 이 문서엔 당시 산은 총재였던 李위원장의 도장이 찍혀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산은에 대한 일반감사에서 "산은이 예외신용공여로 인정받기 위해선 금감위에 승인신청부터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며 허위보고로 판정했다.

세 의원은 "산은은 초과신용공여 감축계획에 따라 현대에 대한 신규대출이 불가능함에도 6월에 대출해 줬고, 이 대출분에 대해 마치 금감위의 승인을 받은 적법한 예외신용공여인 양 허위보고했다"며 "李위원장이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는 것은 '현대 유동성 위기에 따른 정상 대출이다''구두 보고만 받았다'고 한 그간의 해명과 달리 대출의 문제점을 초기부터 알고 있었고, 사후 문제가 되지 않도록 개입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산은은 또 李위원장이 금감위원장으로 부임한 뒤인 같은 해 8월 29일 금감위의 요구에 따라 분기별 초과신용공여 감축계획 이행상황을 보고했으나 문제가 된 6월 말 상황은 뺐고 금감원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승인했다.

李위원장은 최근 정무위에서 관련 문건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