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공연] 새서미 친구들이 주고받는 19금 농담 … 뮤지컬 '애비뉴Q'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2면

뮤지컬 ‘애비뉴 Q’는 출연 배우와 퍼핏의 일치감이 감상 포인트다. 섹스와 욕설 등 19금(禁) 대사가 넘쳐나고 정치 풍자도 신랄하다. [사진 설앤컴퍼니]

신랄하되 유쾌하다. 정치적 풍자가 적지 않지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씁쓸하기 보단 통쾌함이 가득하다.

 뮤지컬 ‘애비뉴Q’는 그런 작품이다. 퍼핏 인형이 나온다고 아동용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자들은 e메일 보내고 나서 인터넷으로 뭘 할까. 야한 동영상에 빠져들겠지”라는 식의 유머가 넘쳐난다. 심지어 남녀 인형의 적나라한 섹스 장면도 있다.

 작품은 인기 TV프로그램 ‘새서미 스트리트’에 나온 인형들이 성인이 됐을 땐 어떻게 변해 있을까란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배우가 퍼핏을 조종하며 함께 등장해 연기하고 노래한다. 독특한 형식이다. 2004년 개막, 그해 ‘위키드’를 제치고 토니상 작품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혁명이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한국 관객의 입맛을 맞추려는 노력도 발랄하다. 자막은 마치 하나의 예술처럼 글자 크기를 달리했고, 이모티콘을 활용했으며, ‘구려’ ‘열라 짱나’와 같은 속어도 적절하게 가미했다. 김구라·노홍철·김정은 등이 대사에 나왔다. 그중 압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몬스터 학교를 짓기 위해) 돈을 모으자!” “전 대통령에게 부탁할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 사람?” “무슨 헛소리야! 밀린 세금만 대략 1672억원인데….” 가장 큰 반응이 터져 나왔다.

 분명 뛰어난 뮤지컬이다. 노래도 세련되고, 드라마는 쿨하며, 예리함과 기지가 넘쳐난다. 단 너무 미국적이라는 게 탈이다. “우린 어느 정도 인종차별주의자”와 같은 노래는 이해는 했지만 공감은 힘든 대목이었다. 배우·퍼핏·자막은 번갈아 보는 것으로 집중력을 해쳤고, 퍼핏 캐릭터가 낯선 탓에 자꾸 배우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매번 엇비슷한 뮤지컬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 5만∼13만원. 1577-3363.

정리=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