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8) 고국에서 느낀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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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렸을 때 어머니, 아버지 품에 안겨 이야기로만 들어오던 우리의 모국, 소녀시절 머릿속에서 움터 뿌리내린 나의 모국에 첫 발을 디뎠을 때의 감격은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웠다. 부산에 입항할 때 군악대 취주 속에서 환영 나온 학생과 시민들이 흔들어주던 태극기-. 조국이란 정말 좋은 것이라는 소박한 기쁨만이 앞설 뿐이었다. 또한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얘기하던 조국이 아니라 발전하고 활기 넘친 조국의 품속에서 숨 쉴때 가슴속에 솟구치는 기쁨과 자부심은 억누를 수 없었다. 일본을 떠날 때 부모님과 선배들이 나에게 충고한 말이 생각난다. 『비록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왔지만 일본인의 눈이 아닌 한국인의 눈으로 올바르게 조국을 보고 오라』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리 교포 학생들은 조국의 실정과 당면문제를 깨달아 앞으로 조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국민이 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어린 학생일지라도 한국을 그냥 훑어보고 단순히 일본과 비교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모국방문 학생을 선발할 때에도 「엘리트」의식에 투철하여 일본에 돌아가서도 아직 조국을 보지 못한 교포들을 교육하고 계몽할 수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다. 그 동안 여러 곳에 견학을 다녔는데 마치 외국인을 위한 관광「코스」를 돌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또 한국가정에 민박을 마련해 줄 때 상류가정에만 배치하는 것도 생각할 점이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에어컨」이나 자가용 등의 물질적인 접대보다는 동포의 소박하고 따뜻한 애정과 허심탄회한 감정의 교류, 즉 타 국민생활에 젖지 않고 떳떳이 생활하며 내일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명순<일본 「오쨔노미즈」 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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