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규모 축소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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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만명이냐, 80만명이냐?'

한국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이 최근 발표한 전국 성매매 산업 규모에 대해 여성계가 "대폭 축소됐다"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 용역을 받은 형정원은 지난 7일 ▶성매매 전업(專業) 여성 33만명 ▶한해 성매매 화대(花代) 규모 24조원 추정 등을 골자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계는 곧바로 여성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단체연합 등 5개 여성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실태조사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성부 장관 공식 면담도 여러 단체가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종사 여성수는 최소 80만"이라며 자체 조사 결과를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인에게 성매매 전업 여성 33만명은 놀라운 숫자다. 정확한 추산이 힘든 부정기적 종사자까지 합한다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도 여성단체들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거센 반발을 받은 형정원과 여성부는 "33만명은 최소치"라며 조사의 오류와 한계를 일부 인정했다.

여성단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조사원의 자격이다. 형정원은 12개 대학.1개 시민단체에서 조사원을 모아 표본조사를 벌였다. 조사원은 2인1조로 팀을 이뤄 한 명이 업소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나머지 한 명이 업소 안팎에서 종업원 수를 셌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대학생 조사원들이 성매매 업소의 특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조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새움터 전수경 사무국장은 "각기 다른 대학의 조사원 셋으로부터 '설문지의 답변은 업주가 했다'고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업주는 세금 등 이유로 매출을 실제의 절반 이하로 축소하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형정원의 조사 결과는 업주측의 평소 주장과 비슷하게 나왔다는 게 여성계의 주장이다.

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현장 활동 경험이 있는 여성단체와 성매매 관련 업무에 밝은 타 지역 출신 공무원이 조사를 해야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며 "실태를 제대로 알아야 의미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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