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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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여름밤의 꿈이 얼음창처럼 깨어졌다. 24일자 신문 사회면에 실린 비밀요정사진은 기리한 풍경을 보여준다. 「파자마」바람의 남녀가「풀·사이드」에 앉아있는광경. 상천 「풀」 은 아니다. 실내「풀」, 그것도 여염집의 안방끝에 있는 것이다. 사방으로 「거튼」이 드리우고, 그 곁에선 주객이 농을 하고 있다.
무엇하는 것인가. 이들은 1인상 3만원, 혹은 10만원씩의 술값을 물고「사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찰당국은 느닷없이 이런 요정을 급습 했다.
고객의 대부분은 모모회사의 사장족들. 「경영합리화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점작 이들의 초대를 받은 사람들의 신분을 알고 보면 이것이 바로 훌륭한 (?) 상행위의 연장임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세태를 투시하는 한 참면도라고나 할까. 고소를 자아낸다.
한은의 69년도 소비성향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년간 술값은 무려 4백60억원에 달한다.이것은 물론 세정상에 나마난 합법적인 근거에서 산출된 것이다. 그러나 탈세의 비밀 「루트」로 흘러가는 술값까지 치면 엄청날 것이다. 하룻밤 한사랍몫의 술값이 10만원에 이르는「딜럭스」요지도은 실로 시정인의 상상을 절한다.
「사업상 비밀교제」라는 명목은 비단 비밀요정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금기수· 귀중품교환등 그 전부의 합계는 깜짝 놀랄만 할 것이다. 이런 낭관교제의 풍조는 어디서 생켰는가. 너나없이, 이 사회적 분위기가 공모한 현상이다. 교제를 하려는 쪽과 그것을 받는 쪽의 결탁이 없이는 도무지 불가능하다.
비밀요정이 한밤중에 흥취를 돋우게 된 것도 바로 그 낭양교제의 경쟁때문이다. 「보다 우와롭게 보다 식욕스럽게, 보다 많이」 식의 교제풍조는 날로 비밀요정의 뿌리를 깊게 해줄 것이다. 이들 이 유곽가도 아닌, 협량한 시민의 주택가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어와있는 사실만해도 그렇다. 부패풍조의 이와같은 일반화는 더없이 불쾌하다.
결국은 이런 맹랑한 풍조가 「코스트·업」으로 나타난다. 모든시민이 그 호화판 교제식의 한몫씩을 물고 있는 셈이다. 홍제질서가 문란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분전도상국의 가장 심각한 두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갤브래이드」교수는 저개발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자세」라고 간파한 적이 있다. 도덕적 자제 규률의 확립을 말한다. 우아한 인문때의 회복. 국가가 이것을 보장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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