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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편들던 저우융캉 연금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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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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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재판이 26일 끝나자마자 다음 표적은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 서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의 가택연금설까지 들린다. 저우는 지난해 3월 중국 국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유일하게 보의 사법처리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보 재판의 후폭풍이 중국의 새로운 권력투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北京)의 한 정계 소식통은 27일 “현재 저우 전 서기의 모든 행동은 감시를 받고 있으며 보시라이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가택연금 상태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보의 조사과정에서 저우의 해외 재산도피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국가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따라서 저우 전 서기가 사법처리될 경우 중국 공산당 90년 역사상 부패 혐의로 처벌된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저우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공안과 검찰·사법·안전부를 총괄하는 정법위 서기(2007~2011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또 중국 권력 파벌 중 하나인 ‘석유방’(石油幇·석유업계 고관 출신의 정치세력)의 대부로 장가오리(張高麗) 현 정치국 상무위원도 같은 파벌로 분류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좌파세력의 대부인 보가 재판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세력을 규합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사회의 좌우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분석했다.

 저우에 대한 사법처리 소문은 국가 감찰부가 26일 중국 최대 석유·천연가스 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중국석유)의 왕융춘(王永春·53) 부총경리(부회장 격)를 기율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증폭됐다. 21세기경제보도지는 27일 왕에 대한 조사는 너무 갑작스러워 석유업계가 매우 놀라고 있으며 석유업계의 고질적인 부패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석유방 저우 전 서기의 기반인 석유업계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석유학원 출신인 왕은 1983년 지린석유의 하급 기술자로 출발해 2000년 총경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석유공업부장(1985~88년), 중국석유 총경리(1996~98년)를 역임한 저우는 정치국원이던 2004년 왕을 중국석유 인사부장으로 발탁했다. 지질학 박사인 왕은 중국 내 석유탐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며 현재 중국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다칭(大慶)석유의 총경리도 맡고 있다.

 저우 측근 체포는 왕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저우의 측근인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四川)성 부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고, 저우의 비서 출신인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성 부성장도 지난 6월 베이징을 빠져나가려다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시라이에 이어 저우융캉까지 사법처리하기엔 정치·사회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말로만 떠돌던 중국 권력층의 치부를 스스로 공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보가 법치주의에 입각한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보에 대한 호의적 반응이 오히려 더 많은 것도 부담이다. 재판기간 중 중국 네티즌의 70%가 보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한 네티즌은 “보의 뇌물 액수가 일개 촌관의 뇌물보다 적다. 상대적으로 그는 좋은 관리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보는 충칭시 서기 재임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강조했던 좌파의 대부다. 정치평론가 덩위원(鄧聿文)은 “보의 재판이 공개된 것은 좌파의 압력에 따른 것이며 이들은 재판공개를 통해 보의 주장을 확실하게 인민들에게 전달한 만큼 향후 세력 규합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우에게 칼날을 들이댈 경우 자칫 중국 사회의 갈등에 더욱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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