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남매 비결요? 배우는 즐거움 함께해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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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천재 남매를 길러낸 엄마’ 진경혜(오른쪽)씨와 딸 사유리 야노씨가 서울 종로의 한 북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안성식 기자]

‘어떻게 아이를 성장시킬 것인가.’

 2006년 책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에서 천재 남매를 길러낸 비법을 소개한 진경혜(53)씨가 7년 만에 들고 나온 질문이다. 그는 이 질문을 다음 달 발간하는 새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딸 사유리 야노(17)와 함께 한국을 찾은 진씨를 지난 22일 서울 종로의 북카페에서 만났다. 10세에 미국 트루먼대에 입학했던 사유리는 트루먼대에서 전 과목 만점을 받은 뒤 루스벨트대 장학생으로 편입해 생물학과를 우등 졸업했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피바디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를 꿈꾸던 사유리가 바이올린을 전공하게 된 것은 28세가 넘으면 콩쿠르에 참가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콩쿠르 도전 후 의사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게 현재 사유리의 생각이다.

 진씨는 “사유리의 꿈을 향한 도전이 계속되듯, 교육은 18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함께 자녀의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책을 낸 배경이기도 하다.

 진씨는 많은 천재들이 혜성같이 등장해 깜짝 스타가 됐다 사라져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2002년 아들 쇼가 그 또래 천재들과 함께 타임지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그 아이들 가운데 박사학위를 받거나 두각을 나타낸 아이는 쇼 외엔 없다”고 말했다. IQ 테스트에서 200을 넘어 ‘측정불가’ 판정을 받았던 아들 쇼는 9세에 미국 시카고 로얄라대에 입학했고 분자유전학과 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소아·신경과 레지던트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진씨는 재능을 가진 자녀들이 지속가능하게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열쇠는 자존감·사회성·독립성·자기조절력·창의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천재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잠재적 재능을 지닌 모든 아이들에 해당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배운 자존감을 꼽았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어찌 양가집 규수가 남자 아이들과 함께 앉느냐’는 집안의 반대로 학교도 못 간 어머니지만 늘 “할 수 있다”고 진씨를 북돋았다. 진씨는 미국 오하이오대 유학시절 일본인 남편 가츠다 야노를 만났다. 한국과 일본의 암기식 교육에 불만이 많았던 부부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각 교육의 장단점부터 적어 내려갈 정도로 그들 방식의 육아법을 준비했다. 진씨는 “많이 사라졌다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체벌 문화가 남아있는 것 같다”며 “아이가 잘못했을 때 때리면 나쁜 기억으로 남지만 칭찬과 격려로 다독이면 극복의 경험이 돼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천재 남매의 탄생 비결에 대해 “유전자 배합이 잘 된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진짜 비결은 “‘함께하기’였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생후 6개월이 되면 책을 읽어줬다. 아이들은 두 살이 되면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시로 쓰게 해 낭송회를 열었다. 배우는 즐거움을 심어주기 위한 일이었다. 계량컵으로 과자를 구우며 분수를 가르쳤고, 텃밭에 식물을 키우게 해 책임감을 길러줬다. “말하기 능력을 배양하려면 웅변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가족회의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진씨의 말이다.

 “똑똑한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앞서가라고 재촉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나 선생님의 뒤통수를 보고 허겁지겁 쫓아가게 해선 안 돼요. 아이의 연령에 맞게 반 발자국씩만 앞서가면 됩니다.”

민경원 기자·우희선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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