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 번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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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일부터 우편 번호제가 실시되었다. 뒤늦게 나마 다행한 일이다. 우편의「스피덥」은 그만큼 우리의 시간을 벌게 해준다.
종래의 번지 제도에 의한 우변 분류는 시간당 1천5백 통에 불과했다. 그러나 번호 제도는 그 2배의「스피덥」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간당 3천 통의 우편물이 제 갈 길을 찾는 셈이다. 체신부 통계에 따르면 69년의 경우 우편물은 5억5천만 통에 달했다. 번호제도 이후, 두배의「스피덥」이 가능하다면 한 우편물은 분류 과정에서 적어도 2초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것이 5억5천만 통에 이르면 무려 11억 초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시간은 1만2천7백31일에 해당한다. 국내의 총 우편물은 적어도 3년의 시간을 절약시켜 주는 셈이다.
외국은 벌써 이와 같은 「스피덥」을 성공하고 있다. 미국의 주소엔 으례 5단위의 숫자가 붙어있는 것을 본다. 번호 없는 미국의 우편물은 우리 주변에선 본 일이 없다. 서독의 경우는 미국보다는 훨씬 늦게 시작했지만, 65년 통계에 따르면 전우편물의 94.1%나 번호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서독을 비롯해 「유럽」에선 우편 번호부가 어느 가정에나 굴러다닌다.「이탈리아」는 이 번호제 말고도 대도시의 우편국 사이엔 기송관이 놓여 있다. 말하자면 우편물만을 위한 하수도가 뚫려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상의 교통 「러쉬」와는 상관없이 우편물이 여기를 통해 제 시간에 왕래하는 것이다.
최근의 「컴퓨터」화 현상은 또 하나의 우편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자 두뇌식 분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편 혁명의 전제는 모든 것의 규격화 위에서 가능하다. 봉투의 크기는 어느 고장에서나 반드시 일치해야 하며 발신인과 수신인의 주소 기입도 규격에 똑 맞아들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봉투의 크기는 규격화되어 있다. 그러나 주소의 기입 방법은 각양 각색이다.
종식 횡식이 제 각각이며 같은 형의 봉투에서도 주소는 종횡이 난무한다. 뿐만 아니라 서체도 천태만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문패마저 제대로 붙어 있지 않고 보면 우편물은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의 「스피덥」은 이제 겨우 첫발을 디딘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스스로 그 「스피드」의 촉진에 노력과 성의를 보일 만도 하다. 시간을 버는 일엔 조금도 인색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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