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7)어른의 제물된 두 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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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달 30일 양주군은현면 새논골 봇물 웅덩이에서 발견된 여섯살된 두 여아 혜금·혜자의 시체.
용의자로 연행되었던 김순금여인이 3일 범행을 자백했다고한다. 혐의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살인·시체유기로 되어있다.
요 며칠간 신문·방송을 떠들썩하게 한 어두운 뉴스였다. 이번 사건을 볼 때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제해결의 태도가 아직도 세련되지못하고 우회적이고, 대상적이고 소극적이란 점이라는 것을 새삼스레느꼈다. 원수의 삼족까지 멸하게 한 비겁하고 잔인한 보복을한다는 것은 근대적이 못된다. 왜 당사자와 결판을 내지않고 어린아이들을 다치느냐 말이다. 어린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어린이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지말자는 말을 하고싶다. 가슴아픈 일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가정이 파괴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치정관계로 얽혀있다 간통·질투·밀고·추방·이혼·복수·살인으로 발전해가는 가정비극의 스토리가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랴. 가정이 따뜻하고 정답고 서로 용서하고 또한 안도감을 주는 곳이어야 하지않을까?
우리는 가정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 같다. 고급주택이 날로늘어 우리가 잘살게 된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속에 사랑이 없으면 그것은 한갓 창고에 불과한 것이다. 말하자면 집은있되 가정은 상실한 사람들이 사는 수용소인 것이다. 집에서 가정으로 우리의 사랑의 질서를 회복해야겠다.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가정을 말이다.
이런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있는 사회적 부조리는 어떤가. 부부나 남녀관계의 질서의 문란,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 어린이를 존중할 줄 모르는 어른들의 태도, 이런 것들이 이번 사건의 간접적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 지나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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