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달랠「선 지망·후 추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교부는 내년도에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중학교 무시험제를 「선 지망·후 추첨」 방식에 의해 실시한다는 원칙을 굳히고 이를 위한 세부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김도창 문교부차관은 27일 문교부 실무자선에서 대체적인 윤곽은 이미 결정했으나 장관이상고위층의 재가를 얻지 못해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선 지망·후 추첨」 방식에 의한 무시험진학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선 지망·후 추첨」방식은 문교부 실무진에서 지난 3월부터 연구해왔으나 지난1일 오경인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내 추첨방안으로 이 방식을 택할 것을 고려하고있다고 말 한데서부터 표면화 된 것이다.
69학년도에 .서울에서 처음 실시된 무시험 진학제는 70학년도에 10대도시에 확대, 실시되는 동안 입시지옥을 해소했다는 등 이유로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으나 몇 가지 문젯점이 제기되어 이의 보완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학부모들의 불만을 간추리면 배정 받은 학교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학교전통이 형편없어 마음놓고 자녀교육을 맡길 수 없으며, 통학거리가 너무 멀며, 상급반 학생들의 품행이 좋지 않아 나쁜 습성에 물들기 쉽고, 종교재단이 설립한 학교에 배정되어 믿지 않는 종교교육을 강요당하거나 종교교육을 받으려 해도종교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됐다는 등 다섯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2년 동안 실시된 무시험 추첨 진학제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갖고있는 개개인의 사정이나 실력 등을 전연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3년째 접어드는 내년도 무시험 추첨방식에는 학생과 학부모들 개개인의사정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어떻게 반영시켜 보완하느냐하는 것을 검토해야 했고 「선 지망·후 추첨」방식은 이것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관계자들에 의해 진지하게 논의되어온 것이다.
「선 지망·후 추첨」방식은 한 마디로 말해서 학생들이 같은 학군 안에 있는 학교 중에서 먼저 어느 학교로 가겠다고 지정한 다음에 추첨케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에 의하면 ①좋아하는 학교 ②거리가 가까운 학교 ③종교가 같은 학교 등을 고려하여 지망, 추첨을 할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최소한 어느 한 조건이나마 만족한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불만의 요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학교를 지망할 경우 좋아하는 강도의 순서에 따라 동일 학군내의 모든 학교를 서열별로 지망할 것인가(서열별 지망), 흑은 동일 학군 내 학교 중 몇 개 학교(5개∼6개)를 한정하여 서열별 지망할 것인가(제한서열별 지망)는 아직 검토와 단안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별 지망을 할 경우 비교적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몇 개 학교는 사실상 가고 싶지 않은 학교가 되기 때문에 선택했다는 위안감을 만족시킬 수 없고 제한서열별 지망 방법의 경우 지망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현재방법보다 더욱 악화된 선택 범위 속에서 다시 추첨을 통해 학교 배정을 받는다는 문제가 남게된다.
예를 들면 1개 학군에 10개 중학이 있으면 서열별 추첨방식은 10개 교를 좋아하는 강도 순으로 모두 지망하는 것이고 제한서열별 추첨방식은 이중5∼6개 교만 지망케 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앞서 말한 단점이 있긴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문젯점은 많은 학생들이 비교적 좋은 학교에 집중적으로 지망함으로써 동일 학군 내에서 인기 있는 학교와 인기 없는 학교로 갈려 학교 차가 드러나는 등 무시험진학제의 명분인 학교평준화에 역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학군 내에서도 통학거리를 참작하여 추첨하게되므로 전통이 있거나 시설이 좋은 학교주변에 이사하는 사례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
이 방식은 도시보다 학교 차가 심하지 않은 지방에 있어서는 그 단점이 훨씬 적어 적용하기 쉬울 것이지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그들 나름대로의 특수성 때문에 더욱 많은 조건이 필요하게 된다.
일부교육계인사들은 대도시의 학군세분화가 「선 지망·후 추첨」방식 실시에 앞서 단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교 관계당국자들은 비록 많은 학생이 지망한 인기 있는 학교라 할지라도 추첨에 의하는 만큼 학력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이 함께 입학하게 되고 인기 없는 학교에도 같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아 평준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있다.
한편 서울시교위는 지난 5월 중순 폐교된 서울 경일중·고등학교 학생 1천6백여 명을 시설이 남는 8개교에 「선 지망· 후 추첨」방법에 의해 배정한 결과 약75%의 학생들이 2차까지의 지망학교에 입학했다는 뒷받침되는 자료를 제시하고있다.<김영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