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예제도 극복하며 위대한 국가로…일본도 과거 인정해야 자유로워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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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넨데즈 위원장은 19일 특강에서 “미국의 지속가능성과 역동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지한파’로 알려진 로버트 메넨데즈(59)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19일 서울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과, 한·미관계, 그리고 일본의 최근 우경화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이날 오전 신문로 연구원에 마련한 연단에서다. ‘경제 외교술과 미국의 신 국제주의’라는 주제의 특강 및 질의 응답에서 그는 한·미 현안을 설명하며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1월 상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재선 상원의원(민주·뉴저지). 미국 대외 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지닌 그의 발언은 한국 국방부가 상반기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미 측에 사실상 제안하고, 오는 10월 협상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예정된 스케줄로 전작권 전환을 일단 추진해본 다음 판단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3차 협상(22∼23일·서울)을 앞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분담비율을 50%까지 조정하는 등) 구체적 분담 비율을 염두에 둔 것은 없다”면서 “한·미 모두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만큼 성의를 다해 협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전략적 방위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도 일본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과거를 인정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 미국도 노예제도를 극복하면서 비로소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쿠바 이민 가정 출신인 메넨데즈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지역구인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시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에 ‘말뚝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을 방문해 일본 측의 행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호혜적인 경제협력을 외교의 수단으로 앞세우면서 미국이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경제적 외교술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해당 지역 국가들을 경제적 이해 관계로 한데 묶고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확대를 통해 경제 안정과 정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미국의 지속가능성과 역동성, 미국의 의도, 미국에 계속 의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있지만 나의 대답은 분명하게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말했지만 미국의 외교는 부상하는 중국에 도전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책의 재조정을 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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