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금빛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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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놈아. 귀에 그게 뭐냐. 당장 떼어내."

"두통.치통 치료에 좋다고 해서 뚫었는데요."

"네가 무슨 두통.치통이 있다고 그래. 헛바람이 들어서야 어떻게 재기를 하겠어."

"죄송합니다. 떼겠습니다. "

제84회 겨울체전 쇼트트랙 경기가 벌어진 20일 한체대 빙상장. 11개월 만에 공식경기에 나선 '비운의 스타' 김동성(23.동두천시청)이 남자일반부 5백m에서 가볍게 우승을 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라커룸에 앉아있던 '호랑이 사부' 전명규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를 반갑게 맞다가 갑자기 인상이 굳어졌다. 김동성의 오른쪽 귀에 번쩍이는 귀고리를 본 것이다.

김동성이 귀를 뚫은 것은 오래됐지만 공식경기에 귀고리를 하고 출전하기는 처음이었다.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제자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스승의 노파심은 결국 잔소리로 이어졌다.

김동성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도져 오래도록 빙판을 떠나있었다. 지난해 11월 세번째 수술을 받은 뒤에는 지루하고도 고통스런 재활훈련을 받아왔다.

국가대표팀에서 그를 지도하며 '날 들이밀기' 등 비기(秘器)를 전수한 전명규 감독이 그의 재활훈련을 전담했다. 전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지휘봉을 제자인 이준호.김기훈에게 물려준 뒤 한체대 팀을 맡고 있다.

전감독은 "동성이가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은 지 한달밖에 안됐기 때문에 전성기 때의 기량에 도달하려면 앞으로도 2~3개월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은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느낌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감독 말대로 이날 경기는 훈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싱거웠다.

김동성은 경기 후 "11개월 만의 경기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레이스에 들어가니까 흥분이 되면서 기분도 좋아졌다. 역시 나는 쇼트트랙을 해야 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컨디션은 정상 때의 60% 정도지만 무릎 주위 근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은 마침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그가 판정시비로 금메달을 박탈 당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김동성은 그날의 악몽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쉬는 동안 후배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내 라이벌을 꼽는다면 역시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리자준(중국)이다. 앞으로 세계대회에 나가 오노를 연거푸 꺾을 것이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내고 싶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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