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스타일 … 옛날 그 연우무대 아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유료 점유율 70%를 넘긴 극단 연우무대의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진 연우무대]

13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공연 중이다. 객석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로맨틱 코미디류의 기존 소극장 뮤지컬과 달리, 작품엔 꽤 진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뮤지컬판이라 할 만큼 예민한 남북문제를 다루면서도 동화적인 상상력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마니아층의 전폭 지지를 받고 있다. ‘터졌다’란 말이 실감날 만큼 흥행 중이다.

 이 뮤지컬을 만든 건 극단 연우무대다. 연우? 우리가 알던 그 ‘연우’, 맞다. 1980년대 ‘칠수와 만수’, 90년대 ‘날 보러와요’ 등 사회성 짙은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한국 연극을 대표해오던 연우무대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우무대는 사면초가였다. 화제작은 나오지 않았고, 빚은 불어났으며, 극단이 운영하는 극장(연우소극장)마저 짐이었다. “더 이상 명성을 욕보이지 말고 차라리 해체하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유인수 대표(사진)

 구원투수는 유인수(43)씨였다. 배우 출신이었던 유씨가 2005년 대표를 맡으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첫 번째는 오디션 실시. “돈을 꼬박꼬박 주지도 못하는데 상주 단원 있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작품마다 적합한 배우를 뽑는 게 서로 살 길이다”라며 극단 체제에서 기획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젊은 창작자 발굴 등 외부 협업에도 적극 나섰다. 연극만 고집하지 않고 뮤지컬로도 문호를 넓혔다. 사실상 유 대표의 첫 제작인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가 크게 히트하며 탄력을 받았다. 2인극 ‘극적인 하룻밤’ 등 제작비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갔다.

 고리타분한 기존 극단 방식과는 결별했지만, 대학로에 범람하는 박리다매형 상업 연극을 쫓고 싶지도 않았다. 돌파구는 2011년 연극 ‘인디아 블로그’. 내레이션과 영상을 활용한 연극은 극적 구성 없이 마치 진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묘한 매력을 주었다. 새로운 형식의 무대였다. ‘유럽 블로그’ 등 속편도 나왔다.

 이후 연극 ‘그리고 또 하루’ ‘일곱집매’ 등이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2007년작 연극 ‘해무’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에 나서 곧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별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설립했고, 일본 진출도 협의 중이다.

 유 대표는 “‘연우무대가 만들면 그래도 뭔가 다르다’란 신뢰가 중요하다. 대학로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관객의 새로운 감수성을 만족시키겠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