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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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의 기업은 광고나 선전에 그의 운명을 걸고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선전 방법이 너무 파렴치해서야 되겠는가. 언제부터 기술제휴란 말이 전파를 타고 흘렀고 언제부터 신문·잡지에 실렸는지 모르지만 기술제휴란 말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열등의식을 불어넣고 있다고 한번쯤 생각을 해보았을까? 스위스 로쉬와 기술제휴를 운운하며 상품 선전하는 C제약, 독일 바이엘과의 H제약 등을 비롯해서 제약회사는 기술제휴하지 않은게 거의 없을 정도다.
녹음기는 네덜란드와, 석유곤로 등은 일본히다찌와 기술제휴한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데 형광 램프까지 도오시바와 기술제휴를 해서 생산한다니 정말 놀랄만하다.
××라면은 일본의 △△식품과 기술제휴, N가구사는 완전 서독식 건조장에 서독의 기계로 제조한다고 하며, ○○제과는 스위스제 스틸밴드를 사용한다고 하고있다.
그럼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남의 기술로 만든 라면·과자를 먹고살며 남의 기술로 만든 형광등 아래서 생활하고 있단 말인가.
스위스의 기술 없이도 여태 과자를 먹어 왔고, 서독식 기계가 없어도 가구를 만들어 왔는데 이제 와서 스위스식 과자에 서독의 가구하고서 선전만 한다면,
『우린 여태 가구와 과자조차 만들 수 없었던가?』하고 회의를 느끼게 될거고, 가발의 원료까지 일본서 수입해야된다면 누구든지 열등의식이 안 들겠는가?
우리들의 기술로 만들 수 없다는 것만도 수치스러운데 그것을 자랑처럼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러이러한 것을 만들지 못합니다』하는 식의 기술제휴를 운운한 선전을 꼭 해야만 될까?
외국제 즉, 외국의 기술로 만들었다면 무조건 신용하려는 국민들의 사고방식도 나쁘지만 그것을 악 이용해서 상품선전에만 혈안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
다. [손창숙(20·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4가93 동양석판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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