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가입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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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보현 체신부 장관은 6일 전화가입 사무를 둘러싼 부정과 비위를 없애기 위해 전화 가입권의 매매행위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체신부가 밝힌 구상에 의하면 ⓛ매매를 금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가입권을 해당 전화국에서 회수하며 ②납입된 가설료 9만 3천 1백원은 설치료 6천원과 등기료 1백 60원을 빼고 반환하며 ③회수된 가입권은 신규 수요자에게 추점에 의해 다시 공급한다는 것 등이다.
그 동안 체신부 공무원들의 전화 가입권을 둘러싼 부정이 속출하여 그때마다 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던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최근만 하더라도 전화청약 부정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전 부산 전신전화국장을 특정 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부산 전화국 부정 사건은 체신부에서도 자체 조사하여 인사이동까지 단행한바 있으며, 서울 시내에서도 쉴새없이 현직 전화 국장이 체포된 일까지 있었을 정도이다.
그사이 체신부는 전화가입 청약에 따른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하여 일선 국장에게 있던 예약 승인권을 체신청장으로 옮겼다가 그것이 말썽이 되자, 다시 일선 국장에게 이관했으며, 전화청약 제약 승인 기준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시도해 보았으나, 그래도 부정의 근절책이 없어 가입권의 매매행위를 금지하게 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체신부의 고충을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방법도 결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전화 가입권의 매매를 금지하기 위하여서는 전기 통신법을 개정하여야 하는바, 이것이 쉽게 이루어질 것인지 조차가 의문스러운 일이다. 전기 통신법은 제24조에서 전화 가입권의 양도를 규정하고 있는데, 전화 가입권의 양도는 전화관서의 승인을 그 효력발생 요건으로 하고는 있으나 전화가입관서는 업무의 수행 상 지장이 있거나 기타 요금 징수 상 지장이 생겨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승인하여야 한다고 하고있기 때문에, 전화 가입권은 분명히 재산권 적인 성질을 띠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전화 가입권이 재산권 적인 가치를 가졌고, 그 값이 물가 상승률에 비하여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전화의 가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당국이 전화의 가수요를 없애기 위해 전화 가입권의 매매를 금지하려는 구차스런 방법을 채택코자한 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것보다도 차라리 전화가입시의 가설비를 전화 암시세 값만큼 인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전화의 가입권의 양도를 금지하고 가입자가 낸 가설료 만을 반환하는 경우, 얼마를 가입자에게 내어 주어야할 것 인가도 문제가 될 것이다. 전화가입 청약금은 현재는 9만 3천 1백 80원이나 그 이전에는 이보다 훨씬 쌌었고 전화채권을 사게 하여 이를 상환 중에 있으므로, 일율적으로 현재 기준에 따라 8만여원을 내어 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가입당시의 금액을 반환할 것인지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기득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보상의 문제도 대두될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견해로는 차라리 전화 가입 청약금을 실 시세에 가깝도록 인상하고 현 가입자가 가입권을 포기하는 경우, 체신부는 과거의 납입금은 그 다과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현재의 청약금액대로 반납하되 가입자가 이사 등으로 전화 가입국을 옮기는 경우에는 신 가입국간에 전화 이전이 반드시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전화 가입권의 매매금지 입법에 앞서 전화가설을 대폭적으로 늘려 누구나 신청만 하면 가입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사회에서 전화는 이미 일부만의 독점물 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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