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5)횡단로의 어린이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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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7일 아침 조례회 때 교장선생님이 김미영양(8)의 비보를 전하자 학생들과 교사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김양은 지난26일 수업을 마치고 친구 50여명과 함께 학교 앞 횡단보도를 손을 들고 건넜으나「브레이크」파열로 들이닥친「택시」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진 것이다..
전날 아침까지 만해도 이 운동장에 친구들과 함께 서 있었던 미영양-. 담임선생을 교장선생님의 교통안전에 관한 훈시가 있는 동안 줄곧 손수건을 눈에서 떼지 못했다..
어린 학생들의 교통사고가 어제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우리학교 학생이 당하고 보니 교사로서의 책임이 더욱 무거움을 느낀다. 사라진 미영양이 손들고 건너가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숨진 그 장면과 놀란 사슴의 눈망울 같았을 친구들의 애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애끊는 심정은 이를데 없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상급반 어린이들이 깃발을 들고 건널목에서 교사들과 같이 길잡이 역할을 해왔고 아침저녁으로 건널때 조심하도록 타일러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 난 곳에서 내가 이 학교로 오기전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와 같이 사고가 빈발하는 곳에 교통안전판하나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 나는 새삼 놀랐다. 아침출근때 사고지점에는 차와 사람이 뒤범벅이 되어 일대혼잡을 이루었다.
혼잡 속에서도 몸서리칠 정도로 질주하는 차량 운전사들은 무슨 강철같은 심장을 가진 사나이들일까.
미영양의 사고를 서울 한 어귀에서 일어난 조그마한 사고로 무심히 보아 넘기지 말자. 당국은 학교주변 교통 혼잡지역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고 운전사들은 천천히 차를 몰아 주었으면 한다. 승객 또한 질주하는 운전사를 견체 할 줄 알아야겠으며, 차주와 운전사는 차량정비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무엇보다도 사고지점에 육교를 빨리 세워주길 바란다. 이것만이 제2의 사고를 막는 길이다. 미영양의 영전에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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