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평양 재접근의 장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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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힘의 관계가 작금에 이르러 두드러진 변화를 하고 있다. 미국의 비 미국화 정책에 따르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라든지 소원했던 북괴와 중공간의 관계개선징후 등이 그것이다.

<일·중공이 주역으로 대두>
이것은 동북아에서 자유권과 공산권의 세력관계가 재편되고 있음을 뜻하며 미국·소련·일본 및 중공의 4자 관계의 재정립 과정에서 중공과 일본의 큰 작용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동북아의 운명결정에는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중공이나 일본이 명실공히 주역의 하나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의 주목을 끌게 하는 것은 북괴와 중공의 관계가 크게 호전되어 간다는 점일 것이다. 「모스크바」와 북평 및 평양을 잇는 이른바 북방의 삼각체제가 변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로 봐서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기 때문이다. 50년대의 북방의 삼각체제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단일적 체계이었다. 따라서 북괴는 구심자인 소련과의 주종관계 속에 위치하였던 것이다.

<일의 적극안보 조치 자극>
60년대 전반에 있어서의 북방의 관계는 중·소 분쟁에 연유하여 쌍두 체계로 모습을 바꾸었고 북괴는 그 틈바구니에서 방황하면서 고민하였다.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북괴는 독자 노선을 내세우면서도 경제적 요구 때문에 중공과는 실질적으로 손을 끊은 채 소련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중공 쪽으로 기울기에 이르렀다.
북괴와 중공이 다시 접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다음의 몇 가지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일본에 대한 불안감의 공통성을 들 수 있다. 소련은 일본을 현실적 적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어느 면에서는 대 중공 견제 세력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북괴와 중공은 지난날의 역사나 현금의 상황 전개로 보아 일본을 위협대상으로 볼 것이다. 더욱이 한국이나 자유중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일본당국의 견해는 그들에게는 중대한 뜻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보면 양자의 접근은 군사적 고려가 앞선 것이라고 하겠다.

<중공서는 고립 탈피 노려>
둘째로, 공동 운명과 동일 행동노선을 들 수 있다. 북괴나 중공은 다 같이 분단된 상태에서 무력 적화 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괴로 봐서는 소련이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현상타파를 뜻하는 무력 적화통일에 소극적으로 중공에 접근함으로써 목표를 보다 가능화 하려 할 것이다.
세째, 두 개의 거대 공산국으로 부터의 지원을 받으려는 북괴의 이해와 국제적 고립을 면하려는 중공의 이해가 합치했기 때문이다. 일본 위협의 증대라는 구실은 소련을 자극함이 없이 북괴가 중공에 접근할 수 있고 따라서 북괴로서는 양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면에서는 소련의 원조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편 중공으로서도 중립국에로의 진출이 벽에 부딪쳤을 뿐만 아니라 아세아의 공산집단으로부터도 절대적인 지지를 못 받고 있었기 때문에 북괴와의 관계개선이 필요했다고 하겠다.

<정치보다 군사적 의미 커>
양자의 이러한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의의를 가지고 작용할 것인가.
양자가 앞으로 더욱 밀착화 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소원화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과 미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남분의 삼각체제가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 것과 함수관계에 있다고도 하겠는데 지금의 추이로 보면 양자의 관계는 더욱 굳어질 것이 거의 확고하다. 그리고 일본의 역할 증대가 중공과 북괴를 결합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듯이 양자의 접근은 한·일 양국을 묶는 요인이 되어 상승작용을 할 것도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문제가 상당기간에는 정치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고, 북괴의 정책은 보다 군사(무력)위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의 수년간은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강력한 정부와 우수한 군대 및 정신적으로 무장된 국민을 갖고 있지 못한다면 적의 정책목표가 행동으로 옮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민병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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