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최후의 전범 「헤스」는 석방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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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박중희 특파원]서「베를린」영국 관할구역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슈판다우」전범 형무소에서는 최근 석 달째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6백개의 감방에 죄수란 하나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미·소·영·불 4개국 위병들이 이 빈집을『삼엄하게』지키고 있는 것이다.
한때「나치」전범들로 들끓던「슈판다우」가 빈집이 된 것은 작년 11월. 그때까지 이곳의 유일한『고객』격이던「루돌프·헤스」(75)가 감방을 떠나 영국군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이다.
그런데 최근 이 유일한「나치」원흉「헤스」의 석방 운동이 일부에서 일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1백 40여명의 영국 하원 의원들이 최근 인도적인 견지에서「헤스」의 석방을 호소하고 나서기도 했고「헤스」문제를 위한 4개국 협상이 열릴 것이라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문제의「헤스」는「히틀러」에 다음가는「나치」독일의 제2인자였으며 종전 직후「뉘른베르크」전범 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다음 지금까지 24년 동안 꼬박 감옥살이를 해온 인물이다.
그는 1941년 5월 정치 흥정을 한다고 단신 전투기를 몰고 영국 상공에와 낙하산을 타고 내린 다음 영국 관헌에 잡혀 옥살이 경험을 이미 했던 지독한 사나이다.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영국 하원 의원들은「헤스」의 전과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20여년 간의 옥살이는 그에 대한 충분한 응징이 되었고 75세나 된 고령의 그를 계속 억류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무의미할뿐더러 인도적으로도 가혹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은 서방측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크렘린」의 이런 강경 태도는「나치」에 대한 불관용도 그렇거니와 보다 정치적인 이해가 얽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들은「슈판다우」형무소 경비를 위한 소련 경호 부대의 정기적인 서「베를린」주재라는 일종의『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어쨌든「헤스」가 형무소를 떠나 영국 병동으로 자리를 옮겨왔다는 사실은 그의 석방을 원하는 서방측에 조그마한 승리가 될 수도 있으나 소련의 고집으로 그의 재 수감 문제가 언젠가는 다시 시끄럽게 논의 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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