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년 후, 긴장 속의 아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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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프간 병사가 카불 주경기장에 걸려있는 마수드 사령관의 대형 포스터를 보고 있다.
전설적인 저항군 지도자가 암살된 지 1주년이 되는 날, 하미드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이 뉴욕으로 떠나자 아프가니스탄에는 분쟁이 일었다.

일요일(이하 현지시간) 아프간 동남부 코스트시의 한 상점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0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1시간 뒤, 몇 차례의 분쟁이 일어나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폭발사건은 탈레반 또는 알 카에다 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며, 최근에는 지난 목요일 카불에서 일어난 자동차 폭발 사건(26명 사망)을 비롯해 몇 차례의 공격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 주 칸다하르에서 일어났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하미드 카르자이 수반은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지도자들의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아프간을 떠났다. 그는 뉴욕에서 국제연합(UN)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5일 간의 방미 일정 기간 중, 그는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1주년을 기념하는 추모 인파에 동참하기 위해 세계무역센터(WTC)의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할 예정이다.

카르자이 수반은 첫 번째 공식 방미 기간 중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 알 카에다와 탈레반 잔존 세력 소탕 및 파괴된 아프간 재건을 위한 전 지구적 협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들의 폭력 행위가 증가하고 있어 카르자이 수반은 현재 수도로 한정돼 있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을 증강해달라고 거듭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경계 속의 카불

목요일의 폭발 사건과 월요일로 예정된 전설적인 반(反)탈레반 저항군 지도자 샤 마수드의 암살 1주년을 앞두고 카불의 치안은 강화되고 있다. 마수드 사령관은 알 카에다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에 의해 살해됐다.

그의 죽음 이후, 미국은 알 카에다 조직을 지원했던 강경파 탈레반을 축출할 수 있도록 북부동맹을 지원했다.

마수드 사령관은 TV 기자로 가장, 폭발물이 설치된 카메라를 든 2명의 아랍인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투사인 오사마 빈 라덴이 마수드 사령관을 제거, 탈레반의 통치에 저항하는 마지막 부대를 처리하도록 돕기 위해 이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공격이 일어나기 이틀 전에 발생한 마수드 사령관의 암살은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을 불러왔고, 결국 탈레반의 통치 체제를 종식시켰다.

아프간 당국은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9·11 테러 공격 1주년을 맞아 폭력 사태가 격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알 카에다와 빈 라덴에게 책임을 물었다.

카불에 있는 국제 평화유지군들은 순찰과 검문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프간 경찰도 마수드 사령관 사망 1주기 행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부서지기 쉬운 평화

이번 폭발 사건은 올해 초 카르자이 과도정부 수반이 취임한 이래 가장 큰 피해를 안겼다.
한때 이슬람 강경파인 탈레반 정권이 공개 처형을 실시하기도 했던 카불 주경기장에는 마수드 사령관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렸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최고위 정부 관리들을 비롯한 수천명의 사람들은 이 경기장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나, 이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수드 사령관의 최후 거점이었던 판즈쉬르 계곡을 둘러싼 멋진 산봉우리들 가운데 위치한 한 언덕 위에 있는 그의 무덤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군은 축출된 탈레반 정권 및 알 카에다 조직의 잔존 세력이 아프간 동부지역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일촉즉발인 이 지역의 상황은 아프간의 평화와 안정이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카르자이 수반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잠시 들른 길에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계획을 좌절시키고 있지만 자차 세계 어느 곳에서고 테러 공격이 일어날 위험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은 반드시 최악의 발악을 할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그들과 싸워 이들을 완전 소탕해 우리 모두를 위해 세계를 더욱 안전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만 보더라도 새로운 정부 관리에 대한 암살 및 암살 시도가 몇차례나 있었다.

KABUL, Afghanista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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