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규제할 수 있게 법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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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의 아버지인 네이버가 또 하나의 네이버를 꿈꾸는 벤처회사들을 짓눌러서야 되겠나.”

 ‘공룡 포털’ 네이버의 초월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박민식(사진) 의원이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 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3일 민생탐방 일환으로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를 찾아 인터넷 사업자들의 고충을 듣고 난 뒤 공룡포털 규제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를 하는 것과 유통 대기업이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게 뭐가 다르냐”며 “자회사만 25개를 가진 네이버는 온라인의 삼성·현대와 같은 대형 재벌회사”라고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도 지난달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네이버의 ‘검색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네이버가 70%가 넘는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 인터넷 벤처업계를 고사(枯死)시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시정조치 요구는 물론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2009년 말 26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56개로 늘었다. 3년 반 만에 두 배로 몸집을 불린 셈이다. 이 중에서도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유 최고위원이 “우리나라는 ‘네이버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은 이유다.

 하지만 현행법으론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지난 2009년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자회사를 편법 지원해 판도라TV 등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2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NHN이 이에 불복해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할 때 시장점유율,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공정위가 시장점유율을 계산할 때 관련상품시장(동영상 콘텐트 시장)에서의 매출액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인터넷 포털 사업자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었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박민식 의원은 “일단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봐야겠지만 현행법상 네이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규제할 수 없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현행 공정거래법이 인터넷 사업자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 주장에 찬성했다. 그는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은 기업의 사유물이 아니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서비스를 구성하는 공공재에 가깝다”며 “현재 네이버는 누가 뭐래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이자 규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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