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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 관광업부터 챙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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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태권
광주요 회장

20세기 중반 이후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소비 가치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특히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관광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문화소비의 국경’을 소멸시키고, 80년대 들어서는 서비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키워 가기에 이른다. 90년대는 ‘21세기는 문화경쟁 또는 문화전쟁의 시대’로 간주하는 인식이 보편화했다. 세계는 이미 관광업을 앞세운 문화전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과거 20여 년 수십 차례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챙긴 리더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같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관광업 관련 실무를 직접 챙기기 시작했겠는가. 내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현저히 낮고, 그 생산성도 제조업의 40%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비좁은 내수시장에서 서로 제 살 갉아먹기 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의 첫 단계로는 낮은 생산성과 가격 경쟁에 매몰돼 밑바닥까지 추락한 관광업이라도 확실히 챙겨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근본이 튼튼해야 만사가 통할 수 있지 않은가.

 한 예로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했던 홍콩을 30년이란 짧은 기간 내에 세계적 관광 도시국가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영국은 전략적으로 홍콩을 세계 최상류층을 겨냥한 ‘쇼핑·음식 천국’으로 만들었다. 최고급 보석과 모피 등의 사치품을 면세로 살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및 디자이너와 협업해 서구와 차별화한 현대적 중국식 숙박·식당 건물을 지었다. 거기에 중국식 인테리어와 중국 고유 의상을 입은 도우미의 서비스가 더해진 중국 전통음식을 세계인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다양한 메뉴로 개발해 내놨다. 이렇게 홍콩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세계 상류층을 감동시킬 수 있었으며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으로 세계적인 관광 도시국가로 성장했다.

 700만 명이 거주하는 홍콩이란 조그만 공간이 13억 인구의 중국에 얼마나 많은 문화·교육·금융·정치·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는지 철저하게 파헤쳐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살 수 있는 길 또한 발견하게 된다. 결국 관광업이란 그 지역의 음식·숙박시설·쇼핑·예술·공연·전통산업·도덕·예절에 역사적 유적지, 아름다운 자연환경, 정보·통신·교통’ 등을 총체적으로 조화롭게 융합시키고 그 속에 역사적 스토리를 담아 수입을 창출하는 복합산업이다. 홍콩의 예를 통해 살펴봤듯이 서비스산업의 수준이 관광업 수준과 밀접하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에겐 영국처럼 전통을 현대화하고 융합하는 안목이 그들 수준에 못 미친다. 하지만 영국이 홍콩에서 한 것처럼 우리 또한 세계적 전문가의 안목을 빌려 전통문화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재해석해 현대화하고 객관화해 식당이란 공간에 국제적 수준으로 융합해 보는 시도를 강행할 필요가 있다. 그곳을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문화체험관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 모든 일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홍보해야 한다. 나아가 확실하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을 신중하게 선정해 관광산업의 프레임을 마련하도록 하면 한국도 홍콩 같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