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김치찌개 해줬어요, 힘나는 박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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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오른쪽)가 약혼자 남기협씨(가운데)와 캐디가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티시 여자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한국시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프로암 대회에서 칩샷을 하고 있다. [사진 KB금융그룹]

“만약 한 번만, 한 번만 더 우승할 수 있다면 그게 이번 대회였으면 좋겠어요.”(웃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한국시간). 여자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캘린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대회를 하루 앞둔 심경을 묻자 “사실 이 대회도 매주 경기 중 일부”라며 “그러나 어느 대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자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부담’이 익숙해진 부분도 있다”고 했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박인비는 맨 오른쪽 3층 집을 임대해 숙소로 쓴다. [세인트앤드루스=이지연 기자]

박인비는 그랜드슬램 도전을 위해 주위를 최적의 환경으로 꾸몄다. 대회장인 올드 코스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3층짜리 가정집을 9일간 2500파운드(약 427만원)에 빌렸다. 1층에 1개의 방이 있고 2층은 거실과 주방, 3층에 다시 2개의 방이 있는 구조다. 집 앞으로 탁 트인 전망에 산책로와 바닷가가 펼쳐져 편안한 휴식을 하기에 그만이다.

 박인비는 이 집을 통째로 빌리지 않고 절친한 언니들인 장정(33·볼빅), 유선영(27)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박인비가 1층을 쓰고 3층에 장정과 유선영이 머물고 있다.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휴식 시간에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바로 옆집에는 친한 동생인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이 머물고 있어 자주 왕래를 한다고 했다.

 대회 기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독서광인 박인비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소설책(광해의 연인)을 들고 왔다. 박인비는 “인터넷 소설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인데 작가에게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유가 별로 없어 많이 읽지 못했다”고 웃었다.

 29일 세인트앤드루스에 도착한 박인비는 30일 어머니 김성자(50)씨가 합류하면서 한층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어머니 김씨는 경기 때도 아침이면 한식을 꼭 먹는 딸을 위해 특별히 이번 대회 뒷바라지에 나섰다. 첫날 어머니가 해준 매콤한 떡볶이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박인비는 이날 아침에는 김치찌개를 먹고 기운을 냈다. 어머니 김씨는 “김치·된장·깻잎 같은 먹을거리를 잔뜩 싸 왔다. 체력 보충을 위해 홍삼 달인 물도 가져와 먹이고 있다”고 했다.

심리 코치인 조수경(44) 박사가 동행한 것도 박인비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박인비는 “대회 때마다 결과를 목표로 정하지는 않는다. 그냥 샷에 신경 쓴다든지, 퍼팅에 집중하는 목표를 세우는데 이번에는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박사님과 함께 코스에서 긴장을 다스리고, 게임에 집중하면서 즐기기 위한 방법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박인비는 1일 오전 7시3분(한국시간 오후 3시3분)부터 베아트리스 레카리(26·스페인), 조디 이워트 셰도프(25·잉글랜드)와 1라운드를 시작한다. 2라운드는 2일 오전 11시48분(오후 7시48분)에 출발한다. 박인비는 “일반 대회는 오후-오전 순서의 티 오프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큰 대회에서는 첫날 경기 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전-오후 순서가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우승자 신지애(25·미래에셋)는 모건 프레셀(25·미국), 카트리나 매슈(44·스코틀랜드)와 한 조로 오전 11시48분(오후 7시48분)부터 1라운드를 치른다. J골프가 1~2일 대회 1, 2라운드는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1시30분까지, 3라운드는 오후 10시30분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 최종 라운드는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 생중계한다.

세인트앤드루스=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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