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의 대안에 해빙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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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중공간의 「바르샤바」회담 재개 기운이 성숙해짐과 동시에 좌등 일본 수상은 지난 13일 『중공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하여 주목을 끌었다. 69년 연말을 맞이하여 ①전략무기제한회담(미-소)②중공·소국경 회담③「불가침 조약」회담(서독·소)등이 열리고 있는 미·중공, 일·중공회담이 개최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일본 정부 소식통은 좌등 수상의 대중공 회담 개최 용의 발언은「바르샤바」회담 재개에 기인하는 것이며 『극동지역의 긴장 완화』를 추진키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일 「바르샤바」주재 미국 대사 「스토셀」씨를 통해 뇌양 중공대리대사와 「바르샤바」주재 중공대사관에서「바르샤바」회담의 재개를 위한 예비접촉을 시도한바 있다.
실로 2년만의 일이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양국 대사는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고만 말할 뿐 회담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는데 멀지 않아 본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스토셀」대사는 대중공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닉슨」정부로부터 오래전에 대중공 회담 마련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그러던중 지난 3일 「바르샤바」주재 유고 대사관 주최의「파티」에 초대된 「스토셀」대사가 동석해 있던 뇌양 대리대사에게 폴란드어로 말을 걸기 시작, 11일의 예비 접촉이 성립된 것이라 한다.
현재 미·중공 사이에는 정식 외교 관계가 없고 1955년이래 1백34회에 달하는 미·중공 비밀회담을 계속해 오다가 문화혁명으로 68년1월에 중단된 상태에 있었다.

<중공 고립 정책청산>
69년2월에도 재개의 기운은 있었으나 중공의 요화숙 주 네덜란드 임시대리대사의 미국 망명 사건이 일어나 회담은 또 다시 좌절되고 말았었다.
미국이 대중공회담을 적극 원하는 이유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보다도 아세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①중공의 참여없이 불가능하며 ②「헬싱키」회담후 미·소간의 화해「무드」를 타고 있을 수 있는 소련의 「아시아」지역서의 세력 확장을 견제키위한 외교적 실리를 앞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소련은 2, 3개월전만 해도 가장 적대시했던 중공 서독·미국 등과 커다란 문제를 놓고 연속적인 교섭을 개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국경 회담은 원만한 진행을 못보고 있다. 그래서 소련의 서독접근은 중공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적대적 감정을 감추고 세계에 평화적인「이미지」틀 부식키 위한 새 외교 전개로 보는 외교 문제 전문가들도 많다.
한편 중공은 문화혁명으로 국제적 고립을 초래했던 과거를 청산하면서 아세아지역에서나마 강대국의 행세를 하고 발언권을 갖기 위해 「바르샤바」회담에 순순히 응하게 된 것이다. 중공은 현재 유고와의 국교 정상화를 약속하고 있으며 소련 주변 국가들과도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외교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일의 전후시대 끝나>
태평양 지역에서 미·영 양국의 세력 후퇴가 거의 확실해지면서 태평양 지역 공백 시대를 메우기 위한 강대국들의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은 이미 외교 문제 평론가들이 여러번 시사한바 있다.
따라서 한국 동란후 특수 경기를 타고 급속도로 국력을 배양한 일본은 이제「아시아」의 주도권을 노리게 되었다. 좌등 일본 수상은 현재 진행중인 총선유세에서 『전후는 끝났으며 일본은 「제4의 태평양국가」로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 소식통들은 대중공 관계 개선책으로 ①기자의 대량 교환 ②경제 교류의 추대 ③억류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대사급 회담이「런던」같은 데서 개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다. 일본의 대중공 접근은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것이며 중공의 태도여하에 달린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좌등 수상이 언명한 것처럼 미·중공 회담 및 일·중공 회담 개최 제의는 「닉슨·좌등」회담의 실천 사항이며 중-소 관계, 월남 문제 등 「아시아」문제에 있어 70년대의 국제적 발언권을 획득키 위한 외교적 공동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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