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긴~ 장마, 북극해 얼음 녹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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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역대 최장 기록(제주 47일, 중부지방 45일)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 다음달 4일까지 장맛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중부지방에선 40일 이상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28일 주간예보를 통해 “장마전선이 29일 남해상으로 내려가면서 다소 약화하겠지만 다음달 2일까지는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전국에 비가 오는 날이 많겠다”며 “다음달 3~4일에는 주로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겠다”고 밝혔다.

 중부지방에서 다음달 4일까지 장마가 이어진다면 올 장마 기간은 49일에 이른다. 평년(1981~2010년 평균)의 장마 기간이 32일인 것을 감안하면 올 장마는 보름 이상 긴 것이다. 국내에서 체계적인 기상관측이 이뤄지기 시작한 1973년 이후 지금까지 중부지방의 최장 장마기간 기록은 74년과 80년의 45일이었다. 전국적으로는 98년 제주에서 기록한 4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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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엔 가장 늦게 끝난 장마 기록까지 바뀌게 될 가능성도 있다. 87년의 경우 중부지방의 장마는 8월 10일까지 이어졌다. 73년 이후 장마가 8월에 끝난 사례는 전국을 통틀어 87년과 91년(8월 2일), 2001년(8월 1일), 2009년(8월 3일) 등 네 번에 불과하다.

 이처럼 장마가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데 대해 일부 전문가는 북극 바다의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린 게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선임연구원은 “북극해에 접한 러시아 북쪽의 바렌츠해(海)와 카라해(海) 등의 얼음이 6월 말부터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한대 제트(polar jet) 기류’의 흐름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한대 제트 기류는 북위 60도의 7~12㎞ 상공에서 북극지방을 에워싸듯이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를 말한다.

 김 연구원은 “한대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평소엔 기류에 막혀 있던 북쪽의 찬 공기가 시베리아·몽골 쪽으로 내려왔고 만주지방에 발달한 저기압이 찬 공기를 다시 한반도로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얼음은 여름에 많이 녹으면 혹한을 가져오는 등 한반도의 겨울 기후에 영향을 주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름 날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도 홈페이지를 통해 “7월 첫째, 둘째 주에 카라해 등 북극 바다의 얼음이 하루 13만2000㎢(남한 면적의 1.3배)씩 녹았다”며 “이는 평년보다 61%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장마가 길어지는 것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맞서는 남쪽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이나 일본의 폭염에서 보듯이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장마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지만 일단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9월 초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춘천 등 5곳 특별재난지역=장마기간의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홍천군·평창군·인제군 등 5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정부는 이들 5개 지역의 피해복구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를 거쳐 복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5개 지역의 피해액은 춘천이 240억원으로 가장 많고 홍천(136억원), 가평(96억원), 평창(96억원), 인제(73억원) 등의 순이었다. 안행부는 또 호우 피해를 본 주민에 대해서는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재산세를 감면하고 파손된 주택·축사 등을 새로 지을 경우 취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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