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편견 동영상 화제 '혹시 당신도…'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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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방송 동영상에 등장하는 백인 남성이 한 공원에서 이렇다 할 제지 없이 자전거에 채워진 체인을 절단하고 있다.(왼쪽 사진) 반면, 똑같은 행동을 한 흑인 남성에겐 지나던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흑인 남성에게 다가간 백인 남성이 체인 절단 도구와 가방을 빼앗아 들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당신의 마음 속에도 인종에 따른 편견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인종차별적 검문관행)'은 법집행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며,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인종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웅변하는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ABC 방송이 지난 2010년 5월 뉴스에서 방영했던 이 동영상은 '조지 지머먼 재판'이 한창 진행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던 지난 6월 초를 전후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모았다. MSN닷컴도 최근 이 동영상을 재조명했다. 지머먼이 무죄 평결을 받은 이후 유튜브엔 이 동영상이 속속 등장, '평범한 미국인도 무의식중에 인종 프로파일링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ge7i60GuNRg)은 조회수가 275만여 건에 달할 정도다.

ABC방송은 동영상 촬영을 위해 공원에 체인(도난방지용 쇠사슬)을 채운 자전거를 놓아두었다. 몰래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비슷한 복장, 비슷한 연령의 두 남성이 번갈아 등장해 자전거 체인을 끊도록 했다. 두 남성 중 한 명은 백인, 한 명은 흑인이다. 둘 모두 사람들이 "당신 자전거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로 정해 놓았다. 얼굴색만 다를 뿐이지만 주위를 지나치는 시민들의 반응은 천지차이다. 백인 남성이 체인을 끊기 위해 망치질을 하든 절단기를 동원하든 지나가는 이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약 한 시간 동안 100여 명이 지나갔지만 "열쇠가 없어서 그러냐"란 식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고작이다. 한 노인 부부만이 남성의 행동을 말리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흑인 남성의 경우엔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갑작스레 불타오른다. 실험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자전거 주위에 모여들고 "네 자전거냐"며 따져 묻는다. 어떤 이는 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하고 한 여성은 셀폰으로 범행 현장(?) 증거사진을 찍는다. 한 백인 노인은 흑인 남성의 범행 도구와 가방을 빼앗아 들기까지 한다.

다수의 네티즌은 동영상에 '인종차별은 현실' '세상은 예전에 비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는 등의 개탄어린 댓글을 달고 있다. '내니 캐츠'는 '슬프지만 동영상 내용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댓글을 적었다. '트레이본 마틴(자신을 수상히 여겨 검문하던 자경대원 지머먼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에 맞아 죽은 플로리다 주의 17세 흑인소년)?'이란 댓글을 단 '947969'처럼 마틴의 죽음이 지머먼(히스패닉계 백인)의 레이셜 프로파일링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의 댓글도 속속 달리고 있다.

동영상을 보고 "미국에서 제도적인 차별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의식 속의 차별은 여전히 진행 중이란 것을 느끼게 됐다"는 한인도 상당수다. 라미라다에 거주하는 30대 한인 신상수(직장인)씨는 "솔직히 말해 나도 동영상에 나온 이들과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나도 소수계지만 인종과 관련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동영상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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