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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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주불국사의 복원공사가 14일 기공됐다. 새삼 민족적 정감을 향수처럼 일깨운다.
불국사는 신라23대 법흥왕27년(540년)에 짓기 시작했다. 왕모 영제부인은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평안을 소원했었다. 왕은 그 뜻을 따라 이 절을 지었다. 그 후 진흥왕35년(574넌)에는 역시 왕의 모친인 지석부인을 위해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을 모셨다.
그러나 불국사의 역사에 보다 뚜렷한 것은 경덕왕 10년(751년) 김대성의 중창이다.「삼국유사」엔 그 동기가 이렇게 적혀 있다.『비원은 더욱 두터워져서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重 하고 탑을 세우고 다리를 놓았다.』
불국사가 국양민안을 상정하는 것은 인상적이다 국양민안은 바로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도 통한다. 이 불국사가 몇 몇 재벌의 회사에 의해서 복원되는 것은 더욱 인상적이다. 국양민안의 발원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이다.
오늘의 불국사는1924년부터 1936년 사이에 일제가 손질해 놓은 것이다. 그 모습이 적당히 변형되고, 더러는 손상되어 원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고고미술가들은『차라리 손을 대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한 조악을 면치 못했다』고 개탄한다. 사실 불국사는 그 원상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일이다.
그러나 불국사의 복원은 단순히 복고이어서는 뜻이 없다. 그것의 현대적인 보유와 민족적 향수를 온전히 재현하는 새로운 의미까지도 곁들여야 할 것이다.
가령 고사에는「금하·옥천」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아마 지금 불국사 입구의 다리를 가로지르는 시내를 두고 한 말일 것 같다. 절로 실소가 나온다. 구지렁물하며 바로 사경에까지 등을 디밀고 있는 속계의 그 속취하며 .김대성의 그 웅장하고 근엄한 솜씨는 다만 환상일 뿐이다.
차라리 이 기회에 불국사는 민족의 정신적 고향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정리에까지 손을 대어야 할 것 같다.
「앙드레·말로」(불작가·전불문화상)는「드골」치하에서 재임 중에「파리L의 모든 문화재를 일신한 면모로 바꾸어 놓았다.
먼지도 털고 마멸되어 가는 것은 보수도 했었다.『나는 다만 복고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녹이 슬고 먼지가 앉은 우리의 정신을 닦는 것뿐이다I「말로」의 이 한마디는 우리의 경종으로 삼을 만하다.
어서 중건된 그 불국사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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