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부총리 유력 황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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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에서 상하이방(上海幇)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황쥐(黃菊.64.사진) 정치국 상무위원이 금융.행정을 움켜쥔 '실세(實勢)부총리'로 떠오르고 있다.

상하이방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상하이에서 함께 일했거나 관계를 맺은 최대의 파워 그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9명)에선 황쥐와 함께 우방궈(吳邦國).쩡칭훙(曾慶紅) 등이 손꼽힌다.

홍콩 경제일보는 최근 "다음달 있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격)뒤 국무원 인사개편 과정에서 黃이 은행.증권.보험 분야를 관할하는 '금융 부총리'가 될 것"이라며 "총리 내정자인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가 '금융안전 공작영도소조(小組)'를 총괄하나 실제 업무는 黃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쥐는 은행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은행과는 별도로 '은행감독위원회' 체제를 도입하고, 각 성(省).시(市)에 은감위의 손발과 같은 '은행 판공실'을 설치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은감위 당조(黨組)서기엔 옌하이왕(閻海旺) 전 금융공작위 제1서기, 은감위 주석엔 류밍캉(劉明康) 전 중국은행장을 각각 발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막강한 상하이방 출신이 금융 사령탑을 맡게 됨에 따라 은행들의 부실처리와 제도개혁에 상당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黃이 '금융 안정=경제 안정=정치 안정'이라는 인식 아래 1차적으로 은행권의 부실채권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중국은행.건설은행.공상은행.농업은행 등 4대 국유은행만 1조4천억위안(元.약 2백3조원), 은행 전체로는 국내총생산(GDP)의 60~70%인 6조~7조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분야와 국유기업.농업 분야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금융분야에 생소한 黃이 과연 수술을 제대로 할 지는 미지수다.

黃은 칭화(淸華)대학 재학시절을 빼곤 1963년부터 상하이에서 줄곧 일해온 '골수 상하이방'이다. 그래서 상하이를 경쟁도시로 보는 홍콩에선 황쥐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상하이가 중국의 새로운 금융센터로 급부상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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