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이하 고열환자 응급치료 건보 혜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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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유치원에 다니는 6세 자녀가 밤에 갑자기 열이 났다. 체온계로 재어보니 38도였다.

해열제를 먹여볼까 했다가 원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병원이나 동네의원의 소아과 외래는 문을 닫은 상태다. 그렇다면 응급실에라도 달려가야 할까'.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을까.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행동방침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아이가 울며 보채더라도 해열제로 버티다가 다음날 병원에 가는 것이 권장사항이었다. 응급의료법상 3세 이상의 어린이 고열 환자는 응급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응급실로 가게 되면 불이익을 받았다.

첫째, 응급의료 관리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관리료는 대형 종합병원에선 3만원, 1백~4백병상 규모의 중형 종합병원에선 1만5천원이다. 응급환자로 분류되면 건강보험에서 이중 50%를 부담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본인이 모두 내야 한다.

둘째, 의약분업의 대상이 된다. 비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처방전을 받아도 당일치 약만 그 병원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다음날엔 또 다시 약국에 가야 하므로 번거롭다.

그러나 응급환자는 의약분업 예외대상으로 인정되므로 해당 병원에서 바로 장기간 먹을 약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환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증상이 의료법상의 응급인지 아닌지를 알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 10일부터 시행 중이다. 예전에는 응급증상으로 분류되지 않던 증상을 폭넓게 응급으로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눈 앞이 핑도는 어지럼증과 분만 여성, 스트레스 등으로 숨을 가쁘게 몰아 쉬는 과호흡증후군, 동전.병뚜껑.티끌 등을 귀.코.항문.입.눈에 잘못 넣은 어린이, 8세이하 어린이의 38도 넘는 고열 등이 새로 포함됐다.

과거의 응급의료법은 고열, 의식장애, 호흡곤란, 심한 탈수, 복막염 등 급성복통, 화상, 대퇴부.척추의 골절, 지혈이 안되는 출혈 등 15가지 유형만 응급환자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응급환자로 분류되는 증상이 낮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할까. 가능하면 응급실보다 외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고열 어린이를 보자.

동네 소아과 외래 대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면 응급의료 관리료의 50%와 진찰료 가산분 20% 등을 부담해야 한다.

본인 부담금을 2만원 넘게 더 내야 한다.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한 중병이라면 낮이라도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보건복지부 보건정책과 손영래 사무관,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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