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조약의 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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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국방 정책은 거듭 그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29일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2백80개소의 미군기지를 감축하고, 해외에 있는 27개소의 기지는 그 기지가 있는 국가들과 감축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지감축이라는 것은 병력의 감축과 그 성격이 다른 것이다. 지난8월21일 레어드 장관은 병력 10만의 삭감을 비롯해서 전함 뉴저지를 비롯한 1백척의 현역해제와 훈련비행 30만 시간단축 등을 발표한바 있지만, 이번에 말한 기지감축, 특히 해외기지의 감축은 미국이 여러나라와 맺고 있는 방위조약에 직접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관계국은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하여 40여개국과 집단적 또는 고무적인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거나 미군기지를 두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방위공약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 해외기지를 감축하게 되면 그 자체가 해외방위공약의 효율성을 줄이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레어드 장관은 해외기지 감축에서 한국 태국 월남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하더라도 미국의 해외주둔병력의 전반적인 삭감 또는 기지 감축은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체제의 약화를 뜻하는 것이며 그것이 직접 간접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결코 경시할 수 없다. 더우기 그와 같은 조류가 앞으로 한국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미국의 해외방위공약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서로 보완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태국 월남의 기지를 그대로 둔다하더라도 그밖의 극동에서의 기지를 감축하면 결국 그것은 전기한 기지를 약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월남전쟁의 월남화』 또는 『한국방위의 한국화』라는 말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국방정책의 방향이 어디까치 갈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공산침략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날카로이 그 추이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방위를 위한 미국의 보장은 현재 두가지 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하나는 문서상의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며, 또 하나는 약5만여 미군의 주둔과 미군기지이다. 현재 미국 조야의 논조가 공식태도로 보아 그것이 변동될 것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불안은 전환하고 있는 미 국방정책이 언젠가는 한국에도 밀어닥칠 것이 아닌가에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미국은 근본적인 정세변천이 없는 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그대로 굳게 할 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한 미군의 감축 또는 기지감축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동시에 차제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재검토하여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3조(헌법 절차에 따라 행동)와 제4조(철수의 경우에는 아무 규정이 없을)는 그 주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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